직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도 토요일은 마음이 편하고 느긋하다. 쫓기듯 살아가는 매일매일 일상에서 긴장을 내려놓고 마음도 몸도 쉬는 날이라서 그럴 것이다. 출근하는 날은 아파트 가까운 곳을 산책했지만 오늘은 10분 정도 차를 타고 한강 둑방 산책길과 나무 공원으로 나왔다. 매일 새로운 곳에서 산책을 나오니 마치 여행 온 듯한 기분이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둑 길은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고 둑 아래 자전거 길에는 아침부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쌩쌩 달린다. 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동우회 회원들끼리 휴일을 즐기는 듯하다. 딸네 부부와 우리는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한강 미사리 둑방 꽃길이다. 낯선 곳에서 경험은 언제나 새롭다.
걸어가는 길에 시원한 물을 냉장고에 넣고 계시는 분이 계셨다. 산책을 하면서 목이 마르면 무료로 가져다 마셔도 된다고 한다. 한 사람에 한 병씩, 하남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여름에만 하고 있는 행사라 했다. 어쩌면 이런 배려까지 할까, 우리 모두 물 한 병씩을 들고 물을 마시고 걸었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 전해 온다. 참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이다.
다른 쪽 둑방길 아래에는 녹음이 욱어진 하남 나무 고아원이 있다. 살면서 나무고아원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나무 고아원은 대형 토목 공사장인 도로개설 지역, 아파트 건설사업장에서 버려 지거나 주택 신축 공사로 인해 베어지는 나무들을 옮겨와 조성된 공원이다. 정말 잘 생각한 일이다.
나무들이 심어진 지 오래전 이어서 그런지 숲이 욱어지고 간간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도 많이 만들어 놓아 아이들과 함께 놀러 와 그늘에 앉아 책을 보거나 가족끼리 멀리 가지 않아도 숲 속에서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칫 버려질 수 있는 나무들을 심어놓고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가 좋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연을 만나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딸네 아파트는 나이 든 사람들이 살기가 좋을 듯하다. 시내와는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주변이 깨끗하고 녹지 공간이 많아 살기 좋은 환경이다. 이제는 사람이 많고 번거로운 곳보다는 조용하고 자연과 접하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 듦을 거부할 수가 없다. 마음도 몸도 한가롭고 단순한 삶이 좋다.
우리가 밥 먹었던 식당 빈대떡과 막걸리가 맛있다 산책하면서 만난 표지판 역사의 자료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 아쉬고 난 후 점심시간이 돌아오는데 사위는 집에 있기 답답했는지 남한 산성을 가자고 한다. 남한 산성은 딸네 아파트에서 40분 걸린다. 바람도 쏘이고 그곳에 가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면 어떨까 물어본다. 딸네 부부와 네 명이 드라이브 겸 남한 산성을 향해 달린다. 산성 올라가는 길은 나무도 많고 차를 타고 가는 길이 시원하다. 둘째 딸은 셋째와도 가끔 만나는 곳이라 한다. 사람은 집에만 있기는 답답하다. 가끔이면 자연 속에 마음의 충전이 필요하다.
집에서 쉬어도 되는 시간이지만 자주 볼 수 없는 부모님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를 타고 가는데 셋째 딸에게 카톡이 온다. " 언니 뭐 하는 거야? " 하고 물어보는 듯하다. 어제 만났는데도, 아빠 엄마가 함께 있으니 궁금한가 보다. "지금 남한 산성 출발했다"라고 딸이 전화를 한다. 금방 달려오겠다고 대답하는 것 같다. 참 못 말리는 애들이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지만 피곤한데 기어이 달려온다고 한다.
귀찮을 법한데 온다고 하니 반갑긴 하다. 사실은 서울에 와서 셋째 사위를 만나지 못해 섭섭하던 참이다. 코로나로 삶이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과의 소통도 줄고 집안 책상 앞에만 앉아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많이 답답하고 힘들 것이다. 잠시 편안히 쉼을 하고 충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위는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일부러 우리들 사진을 찍어 주려 온다고 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웬 사람이 많은지, 모두가 답답해 밖으로 나온 것 같다. 우리도 가족이지만 함께 밥을 먹지 못하고 서로 떨어져 먹어야 했다. 언제나 예전 생활로 돌아가려는지 정말 사는 게 갑갑하기만 하다. 긴장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있다.
조금 후에 셋째네가 도착하고 반갑다. 우리 부부는 자녀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집에서 항상 들이서만 적적하다가 매일 가족들 속에서 생활하니 활기가 있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다. 빈대 떡애 밤 막거리 한잔 하시고 남편은 며칠 우울했던 마음을 내려놓는 듯 기분이 나아지셨다. 쉴 곳을 찾아 걷는데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다. 음식점도 많고 카페도 많고 사람도 많다.
사람이 많으니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는 걸어서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았다. 한참은 걸으니 조용하고 꽃이 많이 핀 예쁜 카페가 나온다. 데크가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가 텅텅 비어 우리 차지다. 손자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 뛰어다니고 셋째 사위는 사진 찍기 바쁘다. 우리는 데크가 있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쉰다. 산아래 카페는 옆에 꽃밭에는 꽃들이 예쁘다.
실내보다 오히려 꽃이 피어있는 밖의 풍경이 시원하고 좋아 우리는 그곳에 앉아 한참을 차를 마시고 마음을 내려놓고 쉬기를 한다. 가족이 모이면 언제나 사진 담당은 셋째 사위가 한다. 코로나로 좋은 점 한 가지는 중국에 살던 셋째네가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된 일이다. 멀리 살고 있어 항상 허전하고 그립기만 했던 셋째 딸네 가족 이 곁에 있어 이제는 든든하다.
특히 아직 초등학교 어린 손자가 우리가 모이면 즐거움을 많이 주는 귀염둥이다. 손자가 있어 항상 분위기가 밝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도 만날 가족이 있고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고 있어 어려움을 견디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우리 가족은 아직도 아날로그 가족인가 보다. 예전 삶의 방식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서로가 자주 만나고 힘이 되어 준다.
부모가 왔다고 차 한잔 하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려고 1시간이 가까이 차를 타고 와 달려와 우리를 반겨 준 셋째네. 둘째네도 최선을 다 한다. 나는 남편에게 가끔 말한다. 이만하면 되지 너무 많을 걸 기대하지 말고 살자고, 삶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이 좋다. 마음의 평화가 천만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을 종종 한다.
남한 산성은 왔지만 날도 덥고 어린 손자가 있어 둘레길을 걸어서 성곽을 보고 성을 보야야 남한 산성 온 느낌은 알 수 있는데 오늘은 가족을 만나고 차 마시고 마음에 휠링 만 하고서 곧바로 차를 돌렸다. 손자가 계곡을 가지고 조르는 바람에 잠깐 들려보려고 차를 타고 내려왔다.
그곳도 사람은 여전히 많다. 딸과 손자는 그곳에서 잠깐 발만 담그고 우리는 앉아서 구경을 한다. 길거리에 옥수수를 많이 쪄서 팔고 있다. 나는 뭐라도 새끼들 입에 넣어 주고 싶어 옥수수를 샀다. 옥수수 한 잎씩 물고서 우리는 헤어진다. 다음에 또 만나기를 약속하며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토요일 하루 긴 시간을 보냈다. 가족의 사랑을 담고 마음에 추억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