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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산책은 삶의 한 부분이다

날마다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

by 이숙자


코로나19가 거의 끝나는 줄 알았다. 확진자가 매일 한자리 숫자가 나오면서,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감염사태가 나오면서, 거의소강 상태로 끝나나 싶은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듯 싶어 염려가 된다. 철저하게 마스크와 손소독을 하며 밀페된 공간을 피하고 생활속 거리 지키기를 해야만 한다는 방역 지침이 날마다 하루에 수없이 문자가 날라온다. 외부생활도 마스크는 이제 필수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밀페된 공간을 피해서 야외 호수 공원 산책을 한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나서 산책을 하고, 도돌이 표처럼 오늘이 어제같고. 어제가 오늘처럼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산책은 외부의 풍경뿐 아니라 내부의 풍경, 즉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다.


산책은 보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하얏게 부서지는 햇살을 몸에 바르고 뺨을 스치는 바람의 결을 음미하다 보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면 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것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어느새 내면의 소용돌이도 잦아든다.사람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기운이 나지 않을 땐 억지로 기운을 내기보다 스스로 기분을 챙기면서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게 현명하다. >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 중에서


어쩌면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생각들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제도 오늘도 남편과 산책을 했다. 비오는 날과 특별한 날을 빼고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만 날마다 만나는 풍경과 마음은 다르다. 철마다 바뀌는 풍경, 느낌, 피어나는 꽃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호수의 물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마음에 수를 놓는다. 어느덧 6월이다. 한해의 절반이다. 코로나 라는 전염병과의 전쟁속에 더 빠른 시간이 지나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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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이 피어 아름다운 은파 호수


계절은 절기마다 느낌이 다르다. 봄이와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 축제 같은 느낌을 느끼고, 봄이 무르익을 때 쯤 새파란 연두색의 잎이 피어오르면 가슴이 두근두근 두근거림은 생명의 환희가 느껴져 기쁘다. 걸음걸음 내 딪는 발걸음 마다 산책길에 피어있는 야생화 들꽃들을 보면 내가 살아 있음이 축복이고 반갑다. 날마다 자연을 속에서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나의 삶이 소멸이 아닌 생성이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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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물가의 벤취에 앉아 집에서는 나누지 못하는 속내을 꺼내여 남편과 서로 대화도 한다. 모두 어려운 때 어떻게 세상을 살아내야 할것인가 많은 생각을 한다. 가까이 곁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아프다. 사람사는 일은 누구나 자기만의 삶에 무게가 있다. 묵묵히 자기길을 걸어 가야만 한 하지 않을까...


집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내면에 숨겨진 대화도 조용히 나누게 되면 가슴 속 뜨겁게 차오르는 걸 느낀다. 물을 바라보면 짐승같이 사나웠던 마음도 사그라들고 평온해 지는 기분이다.


나이들어 가고 주변과 소통이 적어지면서 외롭움이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살아가는 정해진 순리 인듯하다. 남편의 흰머리가 희끗 희끗한 모습이 살아온 날들 만큼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말수가 적고 아들이 없는 남편은 때로는 외로움이 더 짙어지는 듯하다. 그 애잔한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시리다.


어느날 낮 시간 잠깐 오수를 즐기며 누워있는 남편의 숨소리 조차도 마음을 시큰거리게 한다. 때로는 섭섭했다가도, 그 모습을 보며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의 시간들이 부부란 이름으로 삶에 결을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도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만나고 관찰하며 글감의 그물을 끓어 올린다. 요즘 노란 붓꽃들이 호수가에 피어 아름답다. 창포 꽃의 머리속에 들어와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는 시간 내내 노란 예쁜 물감으로 꽃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 하루 일과 중 예쁜 것들을 그리고 싶어 지는 하루다.


매일 산책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하루의 숙제를 해내야만 마음이 가볍다. 누가대신 살아주지 않을 삶이기에 내가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우리는 도무지 끝나지 않는 코로나라는 전염병의 굴레에서 전전긍긍 살고 있다. 언제나 끝이 날까, 아니면 이제 우리곁에 숨어서 언제라도 같이 살아가려고 하는 건지 자꾸만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삶이지만 그 지독한 허탈과 무력감 속에서도 그래도 우리의 삶은 이어 갈 것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켜켜히 쌓이고 쌓여 우리 삶이되고 인생이된다. 더 세월이 흐른뒤 먼 훗날 기억속에 묻어둔 시간들 그시간들이 모여 인생이되고 우리의 삶에 역사로 남게 될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산책길은 이어질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산책은 우리 삶의 일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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