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렸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목덜미를 살짝 손가락으로 찌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조심스러운 터치라 못 느끼고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긴가민가해서 뒤돌아봤더니 웬 젊은 여성이 내 뒤에 쭈뼛거리고 서 있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닌데요...뭐 하나 물어보고 싶어서요..."
자기가 이상한 사람 아니라는 사람치고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서 순간 쌩 까고 가버릴까 하다가, 너무 평범하고 순하게 생긴 것이 본인 말처럼 이상해 보이지 않아서 걸음을 멈췄다. 도를 아냐고 물어보거나 하면 바로 튈 준비를 하고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그는 정말 뜻밖의 말을 했다.
"저기 아까 버스에서 이렇게 계속 코에 손을 갖다 대셨는데, 혹시 저한테서 냄새가 나나요?"
순간 '뭐지, 지금 나에게 시비를 걸려는 것인가'라는 의아함이 들었지만, 걱정 한 가득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황당한 마음에 "전혀요!"라는 짧고 굵은 한 마디만 겨우 내뱉고 빠른걸음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 난 그 사람이 버스에서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손으로 코를 막고 있었던 기억도 없는데 나한테 왜그래... ㅜㅜ
그런데 집에 와 곱씹어볼수록 단순한 해프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몇달 전 그와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받은 기억도 났다. 놀이터에서 시비가 붙은 청소년 무리가 자기한테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고 갔는데, 그 후부터 길에서 마주치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자꾸 자기를 보면 코를 막고 지나간다면서 그 청소년 무리가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달라는 메일이었다.
처음 읽고선 '이게 뭐야' 했는데, 생각할수록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은 거였다. 그 무렵 보고 있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두 케이스의 공통점이 '냄새'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냄새는 쉽게 감춰지지 않아서 타인을 가장 많이 의식하게 되는 요소 아닌가.
지금은 좀 후회가 된다. 용기 내 물어봤던 버스의 그 여성분에게 좀더 제대로 이야기해줄 걸.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는 아까 버스에 당신이 타고 있는 줄도 몰랐고, 손으로 코를 막은 기억도 없다고. 그리고 지금도 당신에게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으니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