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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타이퍼 Jul 05. 2019

집, 그리고 밥 그 어려운 두 가지

그 어려운걸 제가...


  브런치 앱에 알림이 떴다. 집밥에 대한 기억을 나눠 달라고... 가만 보자...


[잠깐만요, 저는 요즘 집 그리고 밥의 해결이 어려워서요. 집과 밥을 붙여서 생각할 여유가 없네요.]




  어릴 때는 몰랐다. 엄마가 정성껏 끼니마다 해주시던 집밥의 소중함 뭐 이런 건 둘째 치고, 집과 밥을 해결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지를 몰랐다. 매슬로(Maslow)님께서 맨 밑바닥에 깔아 두신 그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데 필요한 기본 욕구'에도 들어가는 집과 밥. 그 두 가지를 위해 오늘도 8시간을 일터에서 보냈다. 천근만근 같은 다리를 질질 끌어 퇴근한 후에는 또 한참을 서서 밥을 했다. 먹고만 사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요즘이다.


  A와 나는 자주 말한다 [아..론없는 집 한채만 있으면 정말 살 만하겠다]고. 주거비가 밥벌이에 주는 부담은 어디에 살던 똑같은 걸까?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왜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집 불빛은 없는 거냐고 한탄하던 우리는 여전히 그 불빛을 가지지 못했다. 피땀눈물로 모은 디포짓(보증금)으로 은행 홈론을 받아 집을 사고 나면 은행에게 그 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매달 원금과 이자 빠지는 날짜에 맞춰 또 피땀눈물로 잔고를 채워야 한다지만 그래도 그 [집있음]이 부러웠다. 누군가가 그렇게 사놓은 주택을 빌려 살면서 매주 렌트비 (월세 아니고 주세)를 지불하는데 급급한 내 인생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리고 한때는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집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도 있었다. 이제 그 희망과 기대는 막연함조차 잃고 사라졌지만... 당장은 매주 렌트나 안 밀리고 사는 게 목표다.


 안 그래도 내 밥벌이 레벨이 쪼랩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밥벌이 능력 저하는 식생활에도 직격탄을 주었다. 그동안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는 거에는 아끼지 말자’는 합의 하에 식비 지출에 관해서라면 거리낌이 없었는데, 그것도 먹고 살만 할 때나 지킬 수 있는 합의지 막상 하루하루 생활비가 1불 단위로 나를 압박하게 되니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라, 살자고 먹는 짓이 되어간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경제관념 무지렁이였는지 호주 마트 소고기 1kg의 가격을 이제야 알았다. Beef scotch fillet이 키로에 35불, 단가 계산을 하며 장을 본 것이 호주에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산건가. 이렇게 된 데는 아무 생각 없이 산 내 무지렁이 멍청력도 한몫을 한 거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일은 주말이다. 아 주말 만들어주신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 어려운 두 가지의 과업에서 주말만큼은 벗어나야지.


  집과 밥을 위해 오늘도 피땀눈물의 하루를 보낸 누군가여! Have a lovely weekend!





(img ref. Pixabay로부터 입수된 congerdesig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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