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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07. 2022

2022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12월 31일은 여느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어제이고 1월 1일은 오늘일 뿐인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때의 기분은 12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넘어가는 기분, 보통의 어제를 보내고 보통의 오늘을 맞이하는 기분과 매우 다르다.


연말연시를 보내 본 적이 있는 도시는 다음과 같다. 서울, 상트 페테르부르크, 바르샤바, 스톡홀름, 플로렌스, 바르셀로나 등. 유럽 여느 도시의 흔한 연말연시 풍경은 다음과 같다. 

네온간판이 밤새 반짝이며 도시 전체가 클럽 조명 같은 우리나라 대도시와 달리 이곳은 저녁에 연주황색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기에 도시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그나마 시내 중심부는 괜찮은데 주택가는 정말 어둡다. 11월 중순부터 시내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길 양 옆에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거는 장식, 상점 쇼인도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하며 이로 인해 전체 분위기가 화사하고 따뜻하다. 그런데 성탄절이 지나고 새해가 와도 이 성탄절 장식은 한동안 거둬가지 않는다. 
12월 31일에 사람들은 금빛, 은빛 반짝이 실이 섞인 파티복 차림에 음식과 주류로 가득한 봉지를 양손에 들고 늦은 오후부터 삼삼오오 짝지어 저마다 어디론가 간다. 성탄절은 가족끼리 보내는 명절인 반면에 새해맞이는 보통 친구들과 함께 한다. 

우리나라 추석, 구정에 "연휴 스트레스"를 호소하듯 이곳 사람들은 성탄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가족에게 줄 선물 구입, 집 청소, 누가 어떤 요리를 해 오나 등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언젠가 한 스웨덴 동료는 성탄절만 되면 시어머니께서 음식 대부분을 손수 장만하겠다고 고집을 피우셔서 매해 맛없는 음식 맛있다고 하며 먹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명절 문화와 이 집의 명절 문화를 섞어서 반을 딱 나누면 정말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에는 좀 부담이 덜하다. 누군가의 집에 모여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부어라 마셔라 논다. 그리고 저녁 10시부터 여기저기에서 폭죽 소리가 간간히 들리다가 밤 12시가 되면 불꽃놀이가 시작되어 1시간 정도 하늘에 불꽃이 터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샴페인, 와인 글라스가 짠하고 부딪힌다. 바로 이것이 유럽식 새해맞이 클리셰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거리는 한산하다. 다들 숙취로 인해 늦잠을 자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늦게들 아침을 먹을 것이다. 

연초면 늘 헬스클럽이 다소 붐빈다. 그러다가 2월 중순, 3월이 되면 점점 오는 사람이 줄어든다. 이는 많은 이들이 "새해의 결심" 속에 운동하기 등을 포함시켜서이다. 그런데 2월이 되고 3월이 되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이렇게 연말. 연시를 진부하게 보내기보다 차라리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갖기로 했다.
새해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설레는 나날이 되면 좋겠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때 드는 그 기분, 뭔가 그래도 새로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어제 뭔가 두려움, 망설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 오늘은 용기 내서 시작해보자라는 결심.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항상 너무 짧고, 그 이후는 허무하기에 이 목표를 행복으로 잡으면 기나 긴 과정이 너무 힘들어지고 지칠 수 있다.

한해, 한 해가 가면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을 믿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어렸을 때 모든 것이 다 헛되다는 구절이 절반을 차지하는 전도서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재능을 살려 수고하고(일하고), 그로 얻는 소득으로 맛난 것을 먹고 젊을 때 가약을 맺은 배필과 실컷 즐기며 지내라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근사해 보이는 것, 세상의 부, 성취, 사건이라도 다 흘러가고 없어져, 세 세대가 지나면 없어지는 헛된 것이기에, 지나가 버리면 없어지고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남은 물론 나조차도 기억 못 할 수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새해인사 메시지를 보내며 "올해에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마치 어제나 보통의 하루인 오늘은 행복할 때가 아니라고 가정하는 것 같아서이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나서고, 추구하는 것 자체가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겠다. 그냥 소소하게 살면서 가만히 있으면 일상 속에 행복은 없다고 전제하는 것 같아서 섭섭하다.
행복이라는 것이 마치 뭔가 성취해야 얻을 수 있는 것, 어떤 대가를 치러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착각과 동시대와 이 사회가 주입한 가치관의 영향을 받아 많은 사람들은 늘 께름칙한 느낌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아마 나도 그중 한 명이었을 것 같다.

행복이라는 것이 뭔가 희생과 끊임없이 뭔가를 얻고자 노력하는 사람만 얻을 자격이 생기는 드문 것이라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자유로와지고 싶다. 스스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며 하고 싶은 지에 대해 자신에게 솔직하자! 과거에 쌓은 지식, 내가 안다고 착각했던 것, 경험, 성취가 어쩌면 다른 방향으로 한 발자국 내디뎌보려는 우리의 마음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이 올가미에서 벗어나, 마치 몇 발자국 못 가서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웃는 얼굴로 다시 일어나 발을 내딛는 아기처럼...
매일 1월 1일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속 시원하게, 그리고 내딛는 발걸음이 가져올 결과에 책임지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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