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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송 Dec 06. 2022

붉은망토

옷장을 정리하다가, 10년 전에 산 망토를 찾았다.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처럼 화려한 은단추가 포인트인데-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한동안 구석에 박혀 있었던 옷. 버리기는 아깝고, 고쳐 입겠다는 마음이 남아 아직까지 옷장에서 살아남았다. 


나는 이 옷을 참 좋아했다. 이 옷을 사던 날, 친구와 아울렛에 가기로 했다는 교회 오빠한테 나도 껴도 되냐며 차를 얻어 탔고, 파주까지 갔다. 점심으로 먹었던 메뉴 곰탕도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20대 패기ㅋㅋㅋㅋ) 주어진 개인 쇼핑시간에 마음이 바빴지만, 들어간 매장에서 나는 한 번에 이 옷을 찾았고 더 돌아볼 필요도 없이 한 번에 결제를 했다. 


학업과 육아로 체력이 바닥나던 시기에, 언니가 데려가 주었던 광화문의 어느 콘서트홀에- 나는 새로 산 이 옷을 입고 갔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언니와 나란히 앉아 들으며, 따라 부르며. 추운 겨울을 지나갈 힘을 길렀다. 아마 그때 적립된 힘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한 번은 친구와 미술관에 갔다가, 전시를 보는 와중에 은장 단추가 떨어졌다. 도슨트의 설명을 함께 듣던 무리에서 '땡 그르르-' 나는 소리에 나는.. 저 단추를 버리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는데, 친구는 단추를 얼른 주워다가 편의점에서 반짇고리를 사서 카페에서 단추를 달아주었다. 엄마같이 고맙고 따뜻한 녀석- 그 온기가 아직도 이 옷에 있다. 


나는 이 옷을 다시 입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동대문 의류 부자재 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해당 브랜드에서는 같은 단추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단추 가게만 즐비해있는 상가에서, 떼어간 단추 하나를 내밀며 같은 단추가 있는지 묻고 또 물었다. 시장에 세 번째 찾아간 날에서야 단추를 찾을 수 있었는데, 같은 색은 찾을 수가 없고 따로 색을 입혀야 했다. 


별도로 제작 주문을 해서 수령하기까지 다시 1주일, 오늘 드디어 단추를 옷에 단다. 다 달고 나면 좋아하는 겨울밤의 하루가 사라질 텐데도, 나는 지금 이 별 것 아닌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내일이 되면 푱- 하고 사라질지 모르는 지금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한다. 


이 옷을 오래오래 입어야지. 올 겨울에 이 망토를 휘두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야지�


▲ 어떤 겨울, '가을방학' 콘서트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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