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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분홍 Aug 23. 2024

이 나이 되도록 물양장을 몰랐다

부산 영도 봉래동 물양장

나는 부산에 살지만 부산 여행을 간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오십 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는 부산항이 정확하게 어디를 이야기하는지 몰랐다. 부산에 있는 항은 다 부산항 아닌가 했고 부산에 항구가 여러 개 있는 것도 몰랐다ㅋ 영도다리를 기점으로 (영도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오른쪽이 북항이고 왼쪽 – 송도 쪽이 남항이라고 한다. 송도 쪽이 더 남쪽이니까 그런가 보다. 그리고 사실상 북항이 부산역과 부산국제터미널이 있는 실질적 부산항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동안 북항 재개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왜 영도로 들어가는 새 다리를 부산항대교라고도 했다가 북항대교라고도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부산에 있는 항이 다 부산항인 줄 알았던 내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부산에 있는 북항, 남항, 신항 등을 다 부산항이라고도 하고, 좁게는 북항을 부산항이라고 지칭한단다. 부산에 산다고 해서 이걸 다 알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되었다.

부산항대교는 다리가 아주 높고 (배들이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영도에서 다리로 올라가는 램프가 짧고 나선형 구조로 되어있어서 롤러코스터 다리로 유명하다. 나는 아직 도전해 보지 못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찔한 놀이기구를 잘 타는 사람이라면 부산시티투어 2층버스를 타고 부산항대교를 통과한다면 남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부산에 오면 꼭 가야 할 곳 영도. 부산 사람들도 영도가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생각하는데, 면적으로 치면 가덕도가 1.5배 더 크다. 하지만 단일 섬이 하나의 구(영도구)를 이루고 있으면서 부산항을 지키고 부산을 지킨 건 영도라고 할 수 있다. 부산항이 큰 항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영도가 먼바다의 위험으로부터 항을 일차적으로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영도로 들어가는 다리는 영도다리, 부산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이렇게 네 개가 있다.

부산에 살아도 부산 여행을 간다고 할 수 있는 건 예전에는 영도다리와 부산대교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다리도 더 많아지고,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턴 영도의 산업이 문화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만 관심을 놓으면 완전히 다른 영도를 만나게 된다.     

나는 물양장이 뭔지도 몰랐다. 부산대교를 건너서 영도에 입도하면 봉래동 물양장을 만날 수 있다. 물양장은 수심이 얕아서 대형 선박이 들어올 수 없는 소형선박이 정박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닷“물”가라서 물이 그 물인지 알았지만, 한자로 물(物) 양장이라고 한다.

몇 해전에 영도의 한 폐조선소에서 열렸던 국제사진전시회를 갔는데, 그때 옛 조선소 옆 바다가 수심이 아주 깊어 보였던 기억이 났다. 아하, 같은 바다라고 생각했는데, 큰 배들은 깊은 바다에 떠있고 작은 배들은 물양장에 접안하고 배 수리도 하고 짐도 내리고 그런 곳이다.   

  

어떤 바다, 누군가는 바다 하면 해운대, 광안리 같은 휴양지의 바다를 떠올린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부두와 배, 조선소의 힘과 에너지가 있는 바다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봉래동 물양장 바로 앞에는 모모스커피라는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가 있다. 찾아가는 길가에는 수십 층높이의 아파트 만한 커다란 배가 서 있는 조선소를 볼 수 있고, 그 옆으로 바닷가를 끼고돌면 예전 물류창고를 힙한 레스토랑과 전시공간으로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여행지는 개인의 취향이니, 모모스커피 리뷰에 기대하고 갔는데 카페 바깥 뷰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작은 어선과 배들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부산 바다 1번지는 동백섬과 해운대인데,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라 설렘이 없고 봉래동 물양장 앞 풍경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명품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커피의 대부분은 부산을 통해서 들어온다. 그 부산에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쉽 우승자가 있는 곳이 모모스커피다. 본점은 우리 동네- 금정구에 있고 지점은 해운대와 영도에 있다. 영도에 있는 모모스는 봉래동 물양장 바로 앞 오래된 물류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로스팅하고 교육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함께하고 있다.

모모스는 봉래동 창고를 매입하면서 “생도를 보관하고 로스팅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커피가 가공되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로스팅 팩토리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개획이고 나아가서는 이 일대가 뉴욕 첼시마켓처럼 걸어 다니면서 부산 브랜드를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규모가 370평에 이른다.(부산일보/2021)

모모스커피 이전에도 봉래동 물류창고를 다양한 문화 실험의 공간으로 만들어 온 젊은이들이 있었다. 공연, 전시, 프리마켓과 카페와 식당들이 조선소가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지 기대된다.     

부산에 살면서 부산여행 하기, 날마다 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시의 변화 속도는 나보다 더 빠르다. 이제 오십 대 중반에 이 도시에 대해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았다. 살고 있는 곳에서 하는 사는 곳 탐험. 흥미진진하다.     

 


 "멀리 해외를 통해 넓은 세상의 지식을 얻는 만큼이나 가까이 우리 지역의 좁은 세상 이야기를 자세히 배워야 한다. 전자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견문을 넓혀가는 일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는 자기 정체성, 자기 자존감과 관련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는 쉽게 추구해 나가지만, 후자는 애써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기에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가는 가까운 곳의 이야기를 가르칠 때 학생들은 예상외로 놀라며 배워 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기 정세성과 관련된 지역 사회 지식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지역 이야기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 일 것이다. (부산의 마이너리티힘 서문 p.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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