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분홍 Nov 29. 2024

50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직 쓸 만한 몸과 마음

    

오십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연로하신 80대 부모님 건강 걱정하고, 아직 방황하고 있는 20대 자식 생각으로 산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내게 다가오는 신체의 노화에 대한 걱정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노후대비는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고민들로 살아간다.


며칠 전 유퀴즈에 나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여 준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천하에 부러울 것 없는 미모의 그녀도 “저도 이제 노화가 왔어요”라고 했다. 50대 중반인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80대 노부모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함께 전했다.     

올해 최고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나와 같은 나이 만 54세다. 그녀의 노벨상 수상소감에 이런 대목이 있다. “통설에 따르면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 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 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계시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60세까지 6년이 남았다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철렁했다. 백세 시대라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남은 시간이 무한할 것처럼 살아왔는데 건강하게 하고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50대 중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도 60세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또 다른 오십대. 흑백요리사 준우승자 에드워드리가 했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30년동안 요리를 해왔습니다. 지금 제 나이는 대부분의 셰프들이 속도를 늦춰가는 나이지만 전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난 여전히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리는 한강보다 세 살 어린 오십대 초반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그대로 같은 오십대라고 하더라도 50대를 살아가는 모습들은 이렇게 모두 다 다르다. 속도를 늦춰가는 이들도 있고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이도 있다.

    

내가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이들도 그렇다. 7인 7색 아마도 100인이 모였다면 100인100색이었을 것이다. 이미 자식들을 다 독립시켰거나 빠르면 결혼의 임무까지 다 마친 50대도 있을 것이고 여태 공부하고 있는 자식 뒷바라지 엄마 역할로 바쁜 이도 있을 것이다. 얼추 자식 다 키워놓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노쇠 해 가시는 부모님 봉양에 마음과 몸이 고단한 이들도 있다. 각자의 처지와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아는 지인은 평생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살았는데, 자식이 독립해서 자기 몫의 삶을 꾸려가기 시작하면서 난생처음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 새벽 수영을 가고 악기를 배우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꿈이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었다는 그녀는 60세가 되는 생일날 친구들을 초대해서 발레공연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나는 그녀의 60세가 기다려진다.

남편이 먼저 떠나고 자식들도 독랍하고 나니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또 다른 지인은 부산 갈맷길을 완주하고 해파랑길 남파랑길 걷기를 하고 있다. 출근길에 산 하나를 넘어서 지하철 타러 간다는 다른 지인은 (60대임) 건강식을 하면서 자주 걸었더니 산길 넘어 가는게 너무 쉬워졌다고 했다. 그녀는 마치 다람쥐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넘는다고 했다.   

  

오십대는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크고 작은 걱정거리는 여전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노화는 오지 않아서 운동하고 관리하는 만큼 잘 쓸 수 있는 몸이고, 책읽고 글쓰는 데도 적당하다. 성인이 된 이후에 무슨 일이든 어떤 경험이든 30년을 쌓아왔으니 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는 들어 줄 이가 없어서 문제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는 아니지 싶다.

50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