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인도- 태국 여행을 마치고 제주에 돌아온 지 딱 한 달 되는 날
치앙마이로 놀러 온 제주의 친구들과 산중 호텔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매일 아침 요가수련과 걱정 없는 3주를 보낸 뒤 귀국했다.
친구들이 놀러 왔다. 곧 사라지게 될 상류층의 삶을 체험해 봤다. 친척형과 그의 가족을 만나 그간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자전거를 타고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행만으로 3개월은 조금 긴 시간인 듯하다. 돌아갈 때가 되었는지 집 생각만 난다. 인도에서는 매일매일 생존과 소음으로 정신없었는데 태국은 너무나 평화롭다. 매일 아침 요가를 간 뒤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와 구경을 즐기는 루틴이 만들어졌다. 마음먹은 대로 하루가 흘러가니 편안하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짐을 꾸렸다. 안녕….그리울거야….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법
다각도로 세상보기
1인칭 - 새로운것 보기(여행, 의식적인 산책)
2인칭 - 나 보기(거울보고 운동, 세수)
3인칭 - 명상, 요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살이 엄청 빠졌네!” 라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였다. 3개월 전 대비 체중이 13kg이 줄었고 때문에 턱선이 드러나 잘생겨졌다는 말도 몇 번 들었다. 사실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그들의 문화와 식사를 따라 외모도 그들처럼 변한 것 같다. 기나긴 2024년의 여름, 그 마지막을 보냈다.
제주에 돌아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선흘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플리마켓을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요가와 애니멀플로우를 배우러 몇 번 들렸던 곳인데 전에 이효리씨가 운영하던 요가원을 인수받아 운영하는 공간이다. 채은이는 지난 여행동안 섬세한 안목으로 사들였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전시하고 나는 한쪽에서 가벼운 간식을 판매했다. 도착하자마자 재밌는 일거리가 생겨서 마음이 풍족했다.
그렇게 놀고 정리하고 인사하고 나눠주고 나니 새로운 자리잡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제주살이 3년 하고도 반. 새로운 곳을 다녀오고 나니 이제 이 땅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성적인 일자리부족, 저임금, 집세를 제외한 높은 고정비와 생활물가. 젊은 나이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에 외도인으로써 쉽지 않은 곳이었다. 너무 쉽게 마음에 드는 직장에 입사하고 집도 쉽게 구해 만만하게 봤었는데 그저 운이 좋았던 덕 인듯하다. 다시 시작하려니 쉽지 않네. 3개월간 환상적인 꿈을 꾸었던 것이고 현실은 원래 이곳에 있었다.
제주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외지인들은 제주에서 3년을 못 버티고 나가더라. 이제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된다. 오랜만에 들른 가게는 폐업을 했고 누군가의 소식을 들을 때면 육지로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왜 하필 모두 3년일까. 이런 동향이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아마 3년이면 아름다운 제주 곳곳이 쏘다녀 충분히 즐겼을 테니 우리처럼 본격적으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시기라 그러지 않을까. 우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제 다시 이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걸까. 서울로 가야 할까. 덴마크 워홀? 이민은 어떨까. 가게를 해볼까. 우선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아무튼 잘 다녀왔습니다. 정말 엄청난 여행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