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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Mar 24. 2024

하이브 감사보고서에서 만난 뉴진스, 르세라핌의 성장

3월 22일 하이브의 2023년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었다. 별도 매출액은 6,141억원으로 지난해 5,598억원에서 약 9.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장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2%로 mid-single에 머물렀다. 하지만 연결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2.18조원, 영업이익 2,956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은 22%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13.6%를 기록했다. 멀티레이블 전략이 회사의 성장과 사업안정성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매출비중을 보면 음반/음원이 44.6%로 2021년 30%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아졌다. 앨범이 100만 장 팔렸다느니, 200만 장이 팔렸다느니 하는 뉴스를 지난 한 해 내내 접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특히 하이브를 중심으로 빌보드 등 미국 주류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며 음반이 아닌 음원 매출도 늘어난 점을 생각하면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음반/음원 매출은 성격이 달라서(음반 - 매니아팬층, 음원 - 대중 팬층) 따로 봐야 하는데 지난해 전체 판매량 1억 장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K-Pop 앨범시장과, 유통을 담당하는 YG Plus의 시장 점유율, 매출 등을 보았을 때 음반매출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출처 : 하이브 전자공시


음반 매출이 비중이 상승하는 것은 매출 성장을 견인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입장에서는 한쪽에만 쏠리는 것은 사업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라이트팬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던 K-pop 수장들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출처 : YG Plus 전자공시


지역별 매출은 국내가 증가했는데 이건 역직구나 관광객 구매 등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어서 실질적인 국내 매출 비중은 더 낮을 수 있다. 아무튼 상당히 이상적인 매출비중이다.


하이브 손익은 이 정도만 보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실적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뉴진스가 속해있는 어도어와 르세라핌이 속해있는 쏘스뮤직의 성장세다. 이 숫자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 어도어 2022년 매출/당기순이익 : 186억/-32억(적자)

- 어도어 2023년 매출/당기순이익 : 1,103억/265억(흑자전환)

- 쏘스뮤직 2022년 매출/당기순이익 : 226억/-63억(적자)

- 쏘스뮤직 2023년 매출/당기순이익 : 610억/122억(흑자전환)


어도어의 매출이 +493%가 증가했고 쏘스뮤직의 매출은 +170% 증가했다. 뉴진스 데뷔가 2022년 7월이고, 르세라핌 데뷔가 2022년 5월이다. 데뷔한 지 2년도 안된 아이돌이 합산 1,600억원의 매출과 387억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아래는 하이브에 공시된 두 소속사와 전속계약된 아티스트 목록이다. 각 소속사마다 하나의 그룹뿐이다. 사실상 뉴진스와 르세라핌 매출비중이 99%이라는 뜻이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매출 성장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또한 2년 만에 회사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고, 당기순이익률도 어도어가 24%, 쏘스뮤직이 20%에 달할 만큼 훌륭한 성적표를 만들어냈다. 두 회사가 상장사였고 대략 30배 정도의 PER multiple을 적용하면 어도어가 8,000억, 쏘스뮤직이 3,600억 정도가 된다. 하이브의 시총이 8조 원에 이 둘 밸류 1.16조원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큐브엔터와 RBW의 별도기준 매출액이 각각 845억원, 389억원이다. 연결로 보면 큐브엔터가 1423억, RBW가 914억원인데 엔터비즈니스와 무관한 큐브엔터의 음료/화장품 사업 매출이 6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해 제외하면 두회사의 매출 합산액이 얼추 1,700억원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큐브엔터가 연결기준 154억원, RBW는 -22억으로 적자다. 큐브엔터와 알비더블유도 K-Pop부흥에 힘입어 '22년과 '23년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어도어와 쏘스뮤직이 각각 데뷔 2년 차 걸그룹을 통해 달성한 기록들을 보면, 하이브라는 대형사의 인프라스트럭처와 시스템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는 일찍이 성장에 따라 보상할 수 있는 준비도 해두었다. 보고서에는 주식보상도 있었는데 눈에 띄는건 옵션 계약이었다. 상세 조건은 조금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비지배지분 20% 가량의 옵션 약정이 체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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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결회사는 종속기업인 주식회사 어도어의 지분투자와 관련하여 비지배지분 20% 일부에 대해 풋옵션을 부여하는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일정한 조건이 충족할 경우에 한하여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비지배지분 20%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결회사는 주식회사 어도어의 지분투자와 관련하여 해당 비지배지분 20%에 대해 주주간 약정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 및 공동매도청구권을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9) 연결회사는 종속기업인 주식회사 쏘스뮤직의 지분투자와 관련하여 비지배지분 20% 전부에 대해 풋옵션을 부여하는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비지배지분 20%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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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이브에서 데뷔했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 회사 구성원들과 멤버들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현상을 보면 하이브라는 회사가 갖고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은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아티클에서도 적었지만 하이브 산하에서 데뷔한 아이돌들은 글로벌 진출이 타 엔터사대비 몇 배는 빠르고 효율적이다. BTS가 개척해 둔 길이 닦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번 아티클을 통해 상세히 다룬 적이 있다(아래 링크 참조). 나는 중소형 엔터사에도 분명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K-Pop 산업의 성장보너스는 특정 아이돌그룹과 엔터사에만 국한될 수 없고 그게 IP비즈니스 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tommyhslee/105


하지만 하이브는 이제 조금 다른 고민의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K-Pop이 계속된다면 이 회사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문제는 K-Pop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회사가 하이브일 것이다. 산업 내 가장 큰 기업, 또 선두주자인 회사에게는 숙명 같은 일이다. 늘 앞서가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에 없던 것을 보여주고, 또 산업을 지켜내고 성장시켜야 하기에 그렇다. 어도어와 쏘스뮤직처럼 하이브가 시도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주목받고 또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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