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비즈니스의 핵심, IP 소싱하기
IP플랫폼에게는 수요자인 고객을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급자에 해당하는 IP의 유입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플랫폼에게는 IP가 곧 상품이다. 어떤 IP를 서비스할 수 있는지가 곧 사업 경쟁력과 서비스의 생존 여부로 직결된다. 특히 서비스 초기에는 더욱 그렇다. 고객 이상으로 IP의 ‘록인lock-in소비자가 다른 기업의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고 계속 우리 회사만을 소비하도록 가둬 두는 전략’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IP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보다 IP를 확보한 뒤 고객을 모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IP플랫폼에 최적화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종종 스스로를 IP 플랫폼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양질의 IP 대신 소비자를 모으는 일에만 집중하는 기업을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도 쉽게 모으지 못할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와 IP 모두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서비스의 생존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과 브랜딩을 고려해서라도 IP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플랫폼들은 전략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IP가 머무를 수 있도록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한 뒤, 보다 많은 IP를 확보해 사용자를 함께 끌어옴으로써 다시 IP를 유입시키는 식이다. 이런 구조가 완성되면 플랫폼은 특정 IP에 의존하지 않고도 원활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IP의 제품 생애 주기PLC, Product Life Cycle와 관계없이 꾸준히 새로운 IP를 공급받는 일도 가능해진다. 보통 IP 홀더는 기업이 보유한 IP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면 스스로 새로운 IP를 육성해 내야 하고, 이 육성이 실패할 경우 매출이 하락하는 등의 강한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순환 구조를 구축한 플랫폼은 또 다른 IP로 콘텐츠를 채움으로써 타격을 방어할 수 있다. 이것이 PI 플랫폼의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인 셈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측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 IP를 록인해야 할까? IP 플랫폼들의 기본적인 역할은 크리에이터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정하고 UI(사용자 환경)와 UX(사용자 경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플랫폼 내에서 이뤄지는 상품 판매나 마케팅,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전적인 혜택이다. IP를 소유하지 않은 IP 플랫폼은 IP 홀더가 플랫폼에 참여해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IP를 끌어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플랫폼 스스로가 수익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IP 비즈니스뿐 아니라 중개 형태를 띠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격 요건이다.
이를 위해 IP 플랫폼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수입 배분이다. 유튜브가 대표적인데, 콘텐츠에 따라붙는 광고 수입을 유튜브와 크리에이터가 배분해 갖는 방식이다. 이미 잘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광고 산업 비즈니스의 특성상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기에 긴 시간과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경우가 잦다. 쉽게 말하자면 일이 커지’는 데다 초기에 광고 수입 구조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조금 더 작은 규모의 기업이 이른 시기에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IP를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웹툰이나 웹소설 플랫폼, 넷플릭스 같은 OTT, 그리고 유료 구독 형태의 아티클을 서비스하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말한 유튜브에도 프리미엄 정책이 존재하므로 IP의 직접 판매가 가능하다. 대중보다는 특정영역을 타깃으로 삼은 IP 플랫폼들이 노려볼 만한 시장이다.
[Case Study : Getty Images & Shutterstock]
이런 방식으로 IP 플랫폼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는 데 성공한 회사들이 있다. 이미지 저작권 업체인 게티 이미지Getty Images와 셔터스톡Shutterstock , 음원 저작권 업체인 아트리스트Artlist와 같은 IP 거래 플랫폼이다. 이 중 게티 이미지는 단연 업계 선두에 속한다. 1995년에 설립된 이 기업의 2022년 매출액은 9억 2,624만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에 협업 파트너(크리에이터) 5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들 플랫폼은 창작자인 IP 홀더의 창작물과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IP 거래 플랫폼이다.
소비자는 게티 이미지나 셔터스톡에 일정 금액을 지불함으로써 IP 홀더(여기서는 주로 포토그래퍼, 영상 제작자)들이 업로드한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플랫폼은 IP 홀더에게 소비자로부터 수취한 금액의 일부를 배분한다. 아트리스트도 마찬가지로 이미지나 영상이 아닌 음원 IP를 거래한다는 사실만이 다를 뿐이다.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음악을 만들어 아트리스트에 업로드하면, 소비자들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음악을 구매한 뒤 여러 용도로 활용한다. 아트리스트에 가입한 IP 홀더들은 본인의 창작물을 통해 유의미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IP 홀더가 꾸준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 측에서 기본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해 주는 셈이다.
이들 회사는 명확한 수입 배분 방식을 통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인 IP 거래 플랫폼 시장 속에 공고한 지위를 확립했다. 이미지나 영상, 음원처럼 물리적·지리적·언어적으로 제한을 받지 않는 IP 특징을 살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일에도 빠르게 성공했고, 결국 양질의 IP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효과적으로 시장 점유에 성공한 게티 이미지와 셔터스톡, 아트리스트의 공통점은 IP 비즈니스의 복잡한 요소를 걷어내고 수익 창출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확실한 수익 보장은 IP를 록인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다. 비즈니스 자체의 구조도 간단하다. 단순하게 IP를 거래하는 방식이다. IP 홀더는 창작물을 제공하고, 고객은 창작물을 구매하고, 플랫폼은 중간에서 사용자 편의성 개선과 수수료 정산만을 담당하면 된다.
[Outro]
효과적인 수입 배분은 IP 비즈니스에서 롱테일 시장을 장악하는 데 큰 발판이 되며,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양질의 IP를 확보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물론 단순 중개와 수입 배분에만 집중할 경우, 마켓 내에서 롱테일 시장을 점유하는 것에만 그치게 될 수 있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 특성상, 고객 개별화customize 구조를 세우거나 아주 퀄리티가 높은 창작물을 고가에 제공하는 것보다는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하기 쉬운 창작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일이 더 보편적인 가치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롱테일에서 머문다고 해도 이미지나 음원처럼 산업 규모가 큰 시장에서는 훌륭한 규모의 매출 성장도 가능하다. 즉,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해당 시장의 규모와 플랫폼의 포지션, 향후 성장 방향에 대한 다각도의 고민을 거친 끝에 적절한 수입 배분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위 내용은 <IP유니버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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