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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Dec 10. 2023

글을 쓰는 다섯 가지 이유

나는 현재 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무 살 이후 꾸준히 블로그, 브런치를 통해 글을 써왔고 인턴기자와 애널리스트를 거치며 직업적으로도 기사나 분석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올해는 책을 한 권 내기도 했으니 그래도 보통 사람들 보다 조금은 글을 써봤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말 그대로 글을 좀 써본 것이지 지금도 내가 쓰는 글이 훌륭하다거나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고칠 점 투성이에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금번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분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고, 또 잘 읽히는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아직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많이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이쯤 되니 글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따로 시간을 내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책을 내고 싶어서? 스스로의 사고력을 키워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표면적인 이유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명확한 답은 아니었다. 그렇게 왜 글을 쓰는지 몇 가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첫 번째, 생각의 정리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나 스스로 알고 있는 내용을 좀 더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형태로 정리하고 싶어서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글쓰기의 첫 번째 목적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다 보면 파편적으로 듣고 생각했던 주제들이 하나의 연결된 문장과 구성으로 만들어진다. 편지를 쓰는 것도 동일하다. 평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을 편지로 적으면 하나의 온전한 형태로 정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짧은 메시지와 축약된 문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공들여 쓰인 글은 사람을 좀 더 논리적인 형태로 발전시킨다. 


두 번째, 기억에 오래 남는다

글을 쓰며 정리가 잘 되면 당연히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말로 설명하면 머릿속에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글은 그 경험의 두세 배 더 길고 강렬하게 기억된다. 한 마디를 내뱉는 것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타인이 볼 수 있는 글을 한 줄 남기는 것은 더 많은 고민과 검증이 필요한 일이다. 또 글로 내가 아는 지식과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갖고 있는 게 얼만큼인지 상당히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여기서 가끔 충격을 받기도 한다. 내가 잘 안다고 자부했던 것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현실 때문에 말이다. 


세 번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글을 쓰는 것은 무엇보다 나를 잘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요새는 이미지나 영상으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지만 각자의 특징과 매력이 다르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글이 그 어떤 수단보다도 스스로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는 다소 추상적이며 영상은 이보다 현실적이지만 휘발성이 강한 편이다. 반면 글은 한 줄 한 줄이 각인된다. 책을 한 권 읽는 것과 영상을 하나 시청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경험이다. 무엇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이 가장 명확한 수단이다. 그만큼 내가 쓴 글은 나를 가장 잘 보여준다. 글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내가 <IP유니버스>를 썼지만 나는 대단한 IP전문가는 아니다.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변리사도 아니고 모든 커리어를 IP비즈니스 영역에서 보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썼던 것은 내가 IP와 관련된 일정 경험이 있고, 이것들을 글로 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쓴 글은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에 공유되는데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또 어떤 인사이트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준다. 스스로를 브랜딩 할 수도 있다. 다만 긴 글을 읽는 사람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네 번째, 부수적인 기회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글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다. 덕분에 이를 통해 파생되는 부수적인 기회들이 존재한다. 나의 경우에는 새로운 포지션의 기회도 있었고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며 상업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도 여럿 있었다. 물론 출판 외에는 진행한 경우가 많진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나의 글을 읽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나는 내 글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이 적은데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수반되는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은듯하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나는 글을 쓸 때 나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에 애쓰는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면서 나 스스로 이런 환경을 얼마나 자주 만드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상을 하거나 시간을 내어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는 다면 꼭 글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평온함을 찾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생각을 흡수하는데 대부분은 휘발된다. 문제는 기억해야 할 것도 사라진다는 것인데,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가 체득해야 할 것과 버릴 것을 골라내며 내 삶의 평온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 적고 나니 글쓰기 예찬론이 되었다. 솔직히 나도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비해 많이 읽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기사나 리포트처럼 짧은 글은 많이 읽지만 긴 문장을 읽는다는 게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과 친해지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런 시간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을 많이 읽지 않더라도 한번 써보기를 권장한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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