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자기야? 뭐해? 왜 이렇게 오래 있는 거야?"
세안을 하러 들어간 나는 꽤 오랫동안 욕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아이를 일찍 재운 저녁,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기로 하고 욕실에 들어간 내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불러도 대답도 없어 남편이 날 찾으러 욕실로 왔다.
"그냥, 거울 봤어."
그냥 매번 하던 가르마 방향을 좀 바꿔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넘긴 머리카락 사이에 흰 머리카락 지뢰밭을 발견했다.
젊음이 사라질 것 같아 서러웠던 나의 서른에는 다행히 흰 머리카락은 없었다. 서른다섯이 넘어서고 아이를 출산한 어느 날 흰 머리카락을 처음 발견했다. 그때 소스라치게 놀랬던 것 같다. 바퀴벌레가 나타난 것 마냥 남편에게 빨리 뽑아서 없애달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흰 머리카락을 뽑으며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땐 내가 나이 들고 있음을 외면하고 싶었다.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흰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박멸했다. 남편에게, 그 누구에게도 흰 머리카락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을 없애면 내 나이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하고 회사를 다니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흰 머리카락에 신경 쓸 여유 없이 오늘이 왔다.
거울을 유심히 보니 한 두 개가 아니다. 꽤 많은 흰 머리카락이 포진되어 있다.
서른다섯 살의 나였다면 소리치며 남편을 바로 불렀을 텐데 마흔의 나는 그대로 멈춰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를 물끄러미 그냥 바라보았다.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나 이제 마흔이구나'
이제는 나이 들고 있음을 인정해야 되는 마흔.
나 다움을 찾고 그런 나를 나 스스로 인정해줘야 되는 마흔이 나에게 찾아왔다.
안녕 나의 마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