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e Jul 17. 2022

나누는 기쁨

비건 베이킹에 도전했다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다. 주변에서 예쁘고 고운 쿠키나 케이크를 만들어 주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정갈한 음식 상을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딱 벌어지게 차리는 친구들을 보면 그 능력이 참 부럽다. 그런 대접을 누군가에게 받으면 조금은 돌려주고 싶어 진다. 비싼 선물보다 그런 마음에, 손글씨에 감격하는 조금은 촌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매우 갖고 싶은 능력치 기는 한데, 역시 뭔가를 깔끔하고 센스 있게 꾸미고 포장하는 일은 조금은 타고나야 하는 데가 있는 것 같고, 내가 아무렇지도않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섯 가지 정도의 간단한 재료가 들어가는 비건 베이킹 레시피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거의 모든 재료가 갖춰져 있었고 그냥 섞기만 하면 되는 터였다. 레시피에는 어떤 크기의 바나나가 두 개인지 재료를 섞는 순서나 농도 같은 것도 별 설명 없이 그저 한데 섞고 틀에 그냥 붓고, 구워질 때까지 대강 구워라! 하는 식이라 더 부담이 없었다.


 영주권이 나왔다는 흥분에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축하를 받으며, 토요일 아침 수업에 오는 회원들의 머릿수를 헤아렸다.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마침 내가 이걸 만들고 있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점심시간이니까 다들 좋아하실 거야.라고 기분 좋음의 액셀을 더 세게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되고 맛을 보면서는 모처럼만의 자신감이 꺾여버렸다. 그동안 이런저런 곳에서, 수업을 하는 강사라는 이유로, 많은 분들에게 소소한 선물들을 감사하게 받으며 챙김을 받아 왔는데, 막상 이쪽에서 뭔가를 드리려니까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이건 맛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마땅한 포장지도 없는데… 예쁘지도 않은데… 부끄러워서 주기 싫어지는 그런 기분이 또 고개를 들었다.

 그냥 물러서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고, 눈을 꼭 감고 그냥 대강 비닐랩에 싼 초콜릿 바를 사람들에게 조심 스래 건네며 나는 또 너무 나 답게 주저리주저리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얼마나 맛이 없는지. 얼마나 예쁘지 않고 내가 소질이 없는지를 떠들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 자리에서 바로 뜯어 드시면서 너무 맛있다고 해주시는 데에 감격! 별안간 돌변해서는 얼마나 만들기가 쉬운지. 간단한지를 또 한참 떠들어 대는 나 자신을 보며 또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보다는 조용히 일렁이는 기쁨에 젖어들었다. 주변인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일종의 마음의 체력이 생기는 것 같다는 수업에 대한 칭찬까지 담뿍 돌려받으며 나는 얼마나 또 배가 부른지요.


 만든 사람은 아무래도 긴장하고, 냄새와 온도에 잠겨 질려버리지만. 받아 들고 한입 베어 무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이 얼마나 크고 순수할  있는가를 자꾸 잊는다. 오래전 호주에서 오븐이 있는 집에 살며 처음으로 어설프게 사과파이나 초콜릿 케이크, 쿠키 따위를 만들기 시작했을 , 들어가는 버터와 설탕의 양을 목도하고 기함 했다. 내가 먹기도 꺼려졌고 만들고 선물하는 것을 점점 좋아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나도 충분히 좋아할  있는 건강한 재료로 만든 것을 나누니까 찝찝함 없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비록 베이킹에  자도  모르는 나지만, 본인이 만든 것을 받아   보다 맛있게 먹는 베이커는 없을  같다. 누군가에게 나눌  있는 행복이 베이킹에 소질 있는 사람들의 행복이겠구나. 그런 마음. 앞으로도 종종 도전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깃든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