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쟁이들은 너무 귀여워
요 며칠 사이에는, 자신의 수줍음을 숨기려 하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들과 오간 대화가 좋았습니다. 몇 번 같이 파트너로 운동하던 15살 소녀에게 “네가 말이 별로 없어서 캐나다에 온 지 일 년 밖에 안된 줄 몰랐어”라고 하니 “잘못된 말을 하게 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두려워”라고 눈도 못 마주치고 얘기했어요. 느닷없이 배를 뒤집고 약점을 드러내면 이쪽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무장해제가 되버립니다. “나도 두려운데! 우리 둘 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안 쓰고 얘기해도 되겠다!”라고 하니 눈도 마주치지 못하면서 밝게 웃는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얼마나 본인이 아름다운지 이 친구가 꼭 알면 좋을텐데, 더 부끄럽게 만들기 전에 그 정도로 끝내기로 합니다.
“수영 좋아해? 난 어렸을 때 받은 귀 수술 때문에 의사가 되도록 수영하지 말라고 해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라고 물으니, 어쩌다 다 커서 배워서 늦게까지 수영을 못했었는데, 남들보다 큰 몸을 가졌음에도 서투른 수영이 부끄러워서 자주 즐길 수 없었다고 말해준 할아버지도 있었고요. 먼 거리를 오가는 화려한 영법의 수영 말고 물장구를 즐기는 정도로만 하셨다고.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워져 버리면 그렇다 말 못 하고 아닌 척 위악을 부려서 되려 상대방을 부끄럽게 하던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아야지 자주 생각합니다. 쑥스럽고 어색하면 그렇다고 시인하고 그런 마음을 보이는 일도, 그런 마음이 부리는 뚝딱거림도 그대로 사랑스럽게 봐주려고요. 어느 날인가는 “잠깐만. 너를 보니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아”라는 내 마음의 표현도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할 수 있었어요. 제 생각에 상대도 그런 저를 있는 그대로 귀엽게 봐준 것 같아요.
이러나저러나 수줍은 사람들은 너무 귀여워요. 꼭 안아주고 싶어 져요.
*영어는 이렇게 나이 차가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때 참 좋아요. 존댓말이 세운 장벽이 가슴에서 스르륵 무너져 내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