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그곳
솔직히 고하면 축구에 별 관심이나 흥미는 크게 없었다. 내가 가진 축구에 대한 관심이라 하면, 으레 내 또래 여성들이 그러하듯, 2002년 월드컵 후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때만 축구에 반짝 관심을 전하는 것 그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개최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여태껏 있었던 도돌이표 관심 노선보다는 조금 장기전이 되고 있는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도.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머나먼 영국 땅에까지 ‘손세이셔널’이라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의 공이 크지 않을까 싶다. 이번 파트의 주인공! Super Sonny라 불리는 신의 7번! 바로 손흥민이다.
앞서 말 했듯, 손세이셔널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것은 물론이고 우리흥, 캡틴 흥 등 기분 좋은 수식어를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수, 손흥민. 나와 나이차는 겨우 한 살이지만 아직 기초부터 시작 중인 나와는 달리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저 높은 곳까지 올라 있는 그를 보면서 내 또래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아우라가 가득히 느껴진다. 아마 그의 뒤를 차지하고 있는 아우라에는 그의 노력에 대한 존경심, 그의 능력에 대한 감탄,그의 명예에 대한 부러움과 자랑스러움이 동시에 담겨있지 싶다.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무릇 대한민국 여성들의 대표 이상형이 된 국민 남친 손흥민! 그 덕분에 나는 런던 살 때 내가 왜 영국에서 개최되는 축구 경기 한 번 보지 않고 왔을까 하는 후회를 파도 급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런던의 대표 축구 구단인 아스널 구장이 우리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었는데... 대체 나는 런던 살 때 뭘 했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런던 땅을 다시 밟게 된 강력한 연유는 지난여름 내내 물밀 듯 밀려온 천추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고 해도 무방했던 것이 이번여행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듯,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 훗스퍼에서 엄청난 활약 중이다. 그런 그의 경기를 실제로 보기 위해 나와 선민이는 토트넘의 홈경기가 열릴 웸블리구장으로 이동한다. 출국 전 선민이와 나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함께 봤었는데, 그룹 ‘퀸’이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장소와 우리가 손을 보러 가는 장소가 동일하니 괜히 묘했다. 자연적으로 어깨가 수직상승하며 마음의 비트가 큰 폭으로 왔다갔다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식사했던유스턴 역에서 웸블리 경기장 역 까지 메트로폴리탄 노선 하나로 주욱 움직이면 되었는데 웸블리구장 역에 가까워 갈수록 딱 봐도 축구 보러 가는 듯한 영국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타기 시작했다. 경기장으로 향하던 런던 튜브에서 마주한 인상적이었던 풍경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북 런던의 장면들도 있겠지만, 게 중 나와 선민이의 시선을 끌던 장면은 아무래도 어린 아들과 아빠의 모습이었지 싶다. 그들 부자와 우리는 유스턴 역에서 함께 탔다. 유스턴 역에서 튜브에 오르자마자 자리에 앉은 아빠는 아들의 신발 끈 묶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진땀이었다. 몇 번이고 실패하는 아들에게 화를 내기보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니? 아, 그런 방법도 좋은데 이 방법이 더 나아 보이는 걸? 와, 창의적이네 우리 아들.” 하며 신발 끈 묶는 방법에 대해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탐구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참 로맨틱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들의 모습을 집에서 늘 바라볼 저 아이의 엄마이자 저 남자의 와이프는 무슨 복일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이다음에 저런 가정을 만들고 싶다 하는 원대한 소망까지 가지면서 흐뭇하게 그들의 모습을 흘긋흘긋 의식하고 있었는데, 역이 가까워 오자 갑자기 분주해지는 그들 부자. 그들이 꺼내 들었던 것은 역시, 토트넘 MD였다. 그것도쏜의 얼굴이 그려진 머플러. 역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함께 기분 좋은 경기를 즐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