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미 Dec 05. 2023

어디서도 경험한 적 없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너에 대한 마음을 써야 할까. 너를 가졌을 때는 꽤 성가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신의 조화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 눈으로 보고 안아든 순간부터 말도 안되는 크기의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루하루 크는 너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말랑말랑한 너를 만지고 안고 냄새 맡을 수 있다는 것. 이 시간에만 주어진 너무나 큰 행복.



육아휴직 2년이 나중에 나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눈물 나도록 아리고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나날들일 것 같다.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사랑을 퍼부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울고 뒤집고 배밀이하다가 기어다니고 잡고서기를 반복하다가 

손을 잡아주면 발걸음을 떼다가 옹알이를 하다가 

마침내 혼자 걷다가 때로는 넘어졌다가 

안기면 안심해서 울음을 그쳤다가 내 손을 놓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활짝 웃으며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가

'아가는 누구꺼?' '엄마꺼!' 라는 대답을 듣고 나를 힘껏 껴안는 그 조그만 팔다리가

힘들었지만, 정말 힘들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을 온전히 목격하고 만끽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지불할 수 있어."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는 예감.     



부쩍 엄마에게 애착이 생겨 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내게 몸을 꼭 붙여야만 안심하고 잠이 들며, 나에게 달려와 안길 때 더 밀착할 수 없을 정도로 꽈악 안긴다. 힘듦도 매일매일 갱신되지만 이런 장면들로 모든 게 보상된다.



내가 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라 아쉬울 정도다. 손으로 쓰다듬고, 꽈악 안아주고, 뽀뽀를 퍼부어도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다. 그럴 땐 때로, 아주 가끔이지만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요즘 제일 많이 의지하는 대상은 나의 아이이다. 이 작은 아이에게 뭘 어떻게 의지한다는 걸까. 그러나 내가 불면으로 괴로워할 때 옆에서 곤히 자는 아이의 손을 가만히 잡으면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될 수가 없다. 이 세상에 아이와 나 단 둘뿐인 것처럼,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오은영 박사님이 육아의 최종목적은 독립이라고 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때로는 아찔하다. (물론 그때쯤 되면 제발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할 수도 있다. ㅎ) 훗날 아이가 커서 스스로의 길을 가면, 내 품을 떠나 너른 세상으로 가면, 지금 이 순간을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몸은 힘들지만 애착과 사랑으로 더없이 충만했던, 서른셋의 날들을. 



엄마한테 너의 시간을 공유해줘서 고마워.

너의 곁에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하게 해줘서 고마워. 

어떤 생명체에게도 가져본 적이 없는 마음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부모님의 마음은 아직도 짐작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