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_이야기
-엄마
-응?
-엄마는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았어? 아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못됐어.
나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마주 보지도 않고 둘은 끔뻑 끔뻑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어둠이 들어앉은 방에서도 이상하게 한 곳을 오래 응시하면 천장의 작은 흔적들을 다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살긴 뭘 어떻게 살아 내 팔자려니 하고 가슴 치며 살았지. 그래도 너흰 이뻤어. 아빠가 그 지랄을 떨어도 너희는 이뻤어. 그래서 살았어.
-난 알지도 못했어. 그래서 엄마가 외로웠을 거 같아. 혼자만 무섭게 해서 미안해
-왜 이래? 너도 나이 먹었나 보다.
-그냥 오늘 엄마 보러 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돌려 아는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주 보면 금방이라도 왈칵 쏟아질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거 같다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
3년 전 엄마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전에도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를 찾을 수 있었지만 뭐랄까 이런 내 모습을 엄마가 보면 슬퍼하진 않을까 무서웠다. 아빠를 닮고 싶지 않았지만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속설이 무섭게 들어맞았다. 나는 아빠, 엄마와 같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같은 나이에 이혼을 했다. 젠장. 지겨워. 지겨운데 눈이 또 떠지는 아침이 너무도 싫었던 그 시절에 그냥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 같은 딸은 잊고 이미 행복한 가정에서 부자 남편을 만나 재혼을 하고 자식들도 낳았겠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떵떵거리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아빠가 했던 그 폭력과 지독히도 가난했던 그 방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주민센터에서 엄마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뗐다. 내가 딸이라는 이유로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게 핏줄이다. 지겹다. 핏줄. 막상 명확하게 적혀있는 주소를 보자 괜히 심장이 뛴다. 흐릿했던 엄마의 이름 위로 모르는 아저씨의 이름이 적혀있다. 엄마의 이름 아래로 모르는 3살 어린 동생 둘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한 페이지에 적혀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나는 많이 슬프지만 슬픔을 감추고 인사만 나누고 나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한솔아 여기서 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어?
-화가 많이 났으니까 답답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너는 답답하면 그냥 외면하고 도망가?
-아… 도망가려던 건 아닌데
-다음 장면이 이어져야 하는데 방금 그 장면에서 한솔이는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사라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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