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니, 행복은 성적순이야
01.
나와 비슷한 시기에 초중고를 나온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 = 행복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면서, 시험 성적이 안 좋게 나왔을 때 부모님에게 변명 아닌 변명으로 핏대를 세우며 했던 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말은, 1989년에 개봉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에서 비롯된 말로 시대의 유행어를 지나 고유명사로 자리 잡게 된 말이다. 하지만 38년 인생을 살아온 결과,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맞았다!!
02.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특히나 수학에 약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구구단을 못해서 늘 나머지 공부를 했을 정도였다. 고3 때는 100점 만점에 14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으며 부모님도 나를 포기했고 나도 나를 포기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수학과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지면 되잖아! 수학 없이도 살 수 있어!'
그렇게 나는 영영 수학을 놓았고 수능에서도 수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성적이 낮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딸아, 아빠는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아서 몸으로 때우면서 살았어. 우리 딸은 그렇게 아 살았으면 좋겠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아빠는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생각해. 늘 공부하고 배우면서 살아"
그리고 난 아빠의 말을 늘 그렇듯 잔소리로 치부하고 넘겼다.
03.
'수학 없이도 살 수 있어!'라는 나의 원대한 계획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무너졌다. 나는 분명 수학과 1도 관련이 없는 관광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1학년 때부터 '관광회계'라는 과목이 필수전공과목으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공부해서 겨우 C학점(!)을 받았다. 이제 수학의 공포가 끝나나 했더니 맙소사! 2학년 때는 '관광필수회계' 과목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은 영영 피해 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후로도 내 일상 속에 수학이 도사리고 있었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도 거스름돈 계산을 한 번에 못해서 매번 계산기와 포스기를 두드려야 했고 훗날 취업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낼 때는 회계 때문에 망쳐버린 내 학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가 공부를 잘했다면, 내가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했다면 이 사회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훨씬 많았겠구나!라고 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우리가 통상 행복이라 정의하는 것들이 있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본'은 내가 노력한 대가인 것이다.
내 고민을 가만히 듣던 아빠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딸아, 아빠가 말했지? 행복은 성적순이라니까~"
04.
아빠는 이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성적'을 위해, '좋은 성과'를 위해 노력한 시간을 결코 헛되지 않으며 늘 배우고 성장하면서 살아야 너의 삶이 더 가치 있어진다고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머리가 좋은 것을 떠나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뚝심이 있고 끈기가 있다. 그것은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주어진 10대 때 가장 잘 기를 수 있으며, 그 시절을 잘 보낸다면 내 삶의 튼튼한 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혹은 공부만큼 내가 잘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열정을 다 해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니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내가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을 때는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은 노력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