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경험의 중요성
Intro
우리나라엔 총 62개의 프로스포츠 구단이 존재하며, 프로스포츠 구단을 유치하고 있는 지자체도 45개 지역(‘16년도 기준) 이상이다. 실업팀과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스포츠 경기장이 건립되어 있다. 이 많은 시설들에 투입된 정부나 지자체의 공적자금(tax money)을 고려한다면 스포츠 경기장은 상당히 중요한 우리나라의 자산인 셈이다.
유년시절부터 참여 스포츠는 좋아했지만 경기 관람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탓에 TV로만 스포츠 경기를 시청했다. 경기장으로 직접 관람(이하 직관)에 나선 건 고등학생이 되고 난 이후였다. (이 시절을 라이트 유저 시절이라고 하겠다) 직관은 모니터 안의 세계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 현장감에 압도되기도 하고, 디테일한 움직임에 매료되기도 했다. 특히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리트였다. (하지만 중계방송 시청 시 들을 수 있는 해설이 빠졌다는 것은 단점으로 다가왔다)
이 시절부터 축구, 농구, 배구 등 실내외 종목 가리지 않고 보러 다녔는데, 라이트 유저 시절의 직관 목적은 오로지 경기 관람이었다. 좋아하는 선수를 실제로 보고 감탄하기도 했고, 전략과 전술 위주로 보며 공부하기도 했다. (당시 내가 살던 도시엔 프로 구단이 없어서 옆 동네로 원정을 다녔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소속감과 승리에서 오는 만족감은 조금 덜 한 편이었다) 이 시절엔 경기장만 나가면 만족도 99%를 찍고 들어왔다.
이후 성인이 되자 경기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헤비 유저 시절이라고 하겠다) 이 시기엔 다양한 종목과 경기장을 방문하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경기장 별로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적당한 벌이도 생겼고, 경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점점 떨어지다 보니 경기 외적인 것에서도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경기 자체로만 만족을 느끼는 시기는 지난 것이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자 잠실야구장 내야에 앉아 경기에 집중하는 것보다 지인들과 외야에 앉아서 여유롭게 맥주와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 좋아졌달까?)
이러한 점에서 스포츠 경기장의 시설 수준이 직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본문에서는 경기장이 스포츠 경기 직관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소와 사례들을 시설 중심으로 분류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경기장 건축가의 전문가적 시선이 아닌, 팬으로서 또는 일로서 현장에 많이 나가본 경험으로 쓰는 글임을 밝히고 시작한다. 또한 국내 사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사례도 담아 직관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다.
경기장 외관 - 디자인
경기장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바로 경기장의 외관이다. 첫인상이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했던가.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아름다운 경기장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이에 비례하여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소개팅 전을 떠올려 보자) 모든 경기장이 다 멋스러우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의 경기장이 많고, 미적 아름다움을 지닌 경기장도 손에 꼽는다. (물론 미적인 기준은 주관적이고 상하관계가 뚜렷한 영역은 아니지만, 다수가 공감하는 의견일 거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경기장 외관은 알리안츠 아레나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FC 바이에른 뮌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장인데, 무려 75,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 외벽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뮌헨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팀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독일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하얀색 조명으로 외관이 바뀐다.
알리안츠 아레나는 외관 전체가 LED 패널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유자재로 색상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 Day)를 기념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한 녹색 점등 캠페인 당시 알리안츠 아레나의 외관을 초록빛으로 변경한 사진이다.
또한 외관과 경기장의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곳은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시엔 구장이다. 일본 야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 구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으로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갑자원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알리안츠 아레나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 역사와 전통을 잘 보여주는 외관을 지녔다. 192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이처럼 경기장은 외관이 화려한 것도 좋지만, 지니고 있는 가치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
파트너십
경기장을 소유한 단체나 혹은 경기장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단체는 좋은 파트너사를 유치하고 이들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거나 양질의 콘텐츠를 유입시켜야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 위에서 본 알리안츠 아레나는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경기장이지만 파트너십 관점에서도 모범 사례다. 건설비용 4,200억 원 가운데 1,100억 원을 알리안츠 사(뮌헨에 본사를 둔 보험사)에서 부담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알리안츠는 30년간 경기장의 명명권(네이밍 라이츠 권리)을 가지게 되었다.
경기장 건립 시 재원을 한 단체가 모두 부담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정부나 지자체의 공적자금에 사기업의 지원금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 단체가 모두 부담하기엔 너무 부담이 큰 액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건립 단계에서부터 사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장기적으로 원활하게 경기장 활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경기장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단체 (경기 주최단체-프로스포츠 구단 등) 역시 좋은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K리그에 각종 이슈를 몰고 온 구단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대구 FC다. 본래는 종합운동장 형태이던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축구 전용 구장으로 리모델링했으며, 이후 대구은행에 명명권(Naming rigts)을 판매하여 DGB대구은행 파크(DGB Daegu Bank Park)로 재탄생했다. 이는 K리그 최초의 명명권 판매 사례이며,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설계로 유명한 로세티 설계사무소가 리모델링 설계를 주도했다. (대구광역시와 대구은행은 연간 15억씩 3년간 45억의 사용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네이밍 라이츠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지만, 스포츠 종목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이 맺어질 수 있다. 위 사진은 나스카(NASCAR) 경기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 위치한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 경기장이다. (*NASCAR : 전미 스톡 자동차 경주 협회에서 주최하는 종합 스톡 자동차 경주 대회) 이 경기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각 GATE별로 다른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게이트 내부에는 파트너사가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곳에는 파트너사의 특별한 차량이 디스플레이되어 있고, 나스카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드라이빙 체험존 등이 마련되어있다.
경기장 내부 시설도 잘만 고민한다면 특별한 파트너십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위 사진의 장소는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 내 화장실이다. 자칫 평범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마치 이성이 응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어떤 광고일까? 바로 리베라 호텔의 비치 리조트를 홍보하는 내용의 광고이다. 리베라 측은 레바논의 젊은 고객들이 해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에 대한 니즈가 더 크다고 파악했다. 또한 이를 위해 수영복과 멋진 몸매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욕구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고자 위와 같은 화장실을 도시 곳곳의 트렌디한 장소에 연출한 것이다. “BE SEEN."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처럼 시설 소유자 혹은 임차인은 특별한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경기 몰입도
다른 요소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기장 방문 목적은 경기 관람이다. 시설을 통해서 경기 관람만큼은 관중의 집중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몰입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종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실외 스포츠보다는 실내 스포츠의 몰입 환경 개선 여건이 더 어렵다. 실외 경기장을 사용하는 축구나 야구는 전용 경기장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대다수의 실내 스포츠 구단은 일일대관 혹은 시즌 대관을 통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농구나 배구 경기가 열리는 실내 경기장이 프로스포츠 경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내경기장은 콘서트, 공연, 체육대회, 전당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대관 희망 단체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경기가 끝나면 세팅해 놓은 시설을 모두 철거해서 원상복구 시킨 뒤 다시 경기 특성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 (적은 구단은 회당 백만 원 수준으로 세팅과 철거를 진행할 수 있지만 경기장이 크고 설치물이 많은 구단은 수 천만 원까지 든다) 최고 수준으로 경기 관람 수준을 세팅해도 계속 유지해둘 수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구단이 그저 가성비 좋은 수준으로 관람 환경을 세팅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필드와의 거리이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일명 숭의 아레나)은 경기장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경기장으로 손꼽힌다. 웬만한 EPL 경기장만큼 가까운데, 이 탓(?) 인지 2016년 K리그 1 잔류가 확정되는 순간 관중이 난입하기도 했다. 또한 올드 트래포드처럼 선수단 벤치가 관중석 안쪽으로 삽입되어 있는 형태이다.
미국 프로축구리그인 MLS는 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축구 전용 경기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금은 총 30개 구단 중 22개 구단이 축구 전용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뉴욕 레드불스도 그중 하나다. 체감으로는 뉴욕 레드불스보다 인천 축구전용 경기장의 관중석-그라운드 간 거리가 더 가까웠다.
또한 코트 주위의 공간 구성과 색감 그리고 빛(조명)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위 사진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과 NBA의 스테이플스 센터의 경기장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다. 딱 봐도 코트 집중도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나라 실내 경기장은 유독 4개의 코트 모서리의 출입문 공간을 크게 비워두는 편이다. 또한 코트의 바닥 색과 코트 외부의 바닥 색이 똑같아서 시선이 코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이다. 빛과 조명 또한 가장 먼 관중석에서부터 코트 중앙으로 오면서 점점 밝아져야 몰입도가 높아지는데, 현재는 체육관 기본 조명에 이벤트 대행사에서 추가해주는 몇몇 조명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아쉽지만 체육관을 경기 단위로 빌리고, 세팅과 철수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는 여의치 않다. (개인적으로 일본 프로농구 B·League 개막식에서 조명을 활용하는 방식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B·League 개막식 : https://www.youtube.com/watch?v=VDXyH1kDLqw
부대시설
몰입 환경이 좋은 시설에서 너무나 즐겁게 경기를 관람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하프타임에 불친절한 STAFF와 싸움이 벌어졌다면? 혹은 매점에서 파는 조리 식품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면? 즐거워야 할 경기장에서의 추억이 끔찍한 경험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고객 만족도는 각 경험들의 합산(+)이 아닌 곱셈(x)으로 나타난다. 즐거운 경험이 많더라도, 극도로 불쾌한 경험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적절하게 만족도를 줄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부대 시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리 시설과 비영리 시설로 구분해서 보자.
- 영리 시설 : 매점, MD샵, 스폰서존 등
- 비영리 시설 : 화장실, 코트룸, 수유방, 어린이 놀이방 등
이전에 보았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부대시설도 경기장별로 차이가 크다. 식음료 매장만 수십 가지가 있는 야구장 관람 경험이 많은 고객이 농구나 배구 경기장에 오면 빈약한 부대시설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음식 퀄리티도 차이가 많이 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표면상의 이유는 규모 자체의 차이다. 규모가 큰 실외 종목 경기장은 기본적으로 2만 석에서 5만 석을 웃돈다. 때문에 부대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자체도 넓고, 평균 관중수도 많다. 하지만 실내 종목은 만석 이상의 경기장을 사용하는 프로구단 조차도 의외로 많지 않다. (삼성 썬더스와 KT 소닉붐 정도) 5천 석 규모면 그래도 준수한 편이다. 2천 석 규모의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구단도 있다.
하지만 꼭 평균 관중수나 넓은 공간에 비례해서 부대시설이 마련될까? 실제로 농구나 배구 등 실내 스포츠 경기장을 가보면 매점 하나에 너무나 긴 줄이 늘어선 장면을 볼 수 있다.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부대시설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경기장도 있다. 이면적 이유는 경기장 운영 주체에 관한 이야기다. 국내 모든 프로 구단은 지자체로부터 경기장을 ‘임대’하여 사용한다. 임대 방식은 두 가지인데, ①사용 수익 허가 방식은 단순히 임대하고 사용하는 것에 그친다. (물론 이 방식으로도 부대시설까지 개별적으로 사용수익을 허가받을 수 있고, 장기 계약도 가능하다) 하지만 ②관리 위탁 방식으로 임대하면 경기장의 직접적인 관리 운영 주체가 되어 수익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장기 계약으로 진행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시설관리공단’이라고 하는 단체의 역할을 구단이 직접 하는 것이다. 2016년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계정 된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했고, 실제로 몇몇 야구단은 ②관리 위탁 방식으로 지자체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비스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시즌에 72회의 홈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와 27회만 열리는 프로농구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365일 중에 27일을 위해 관리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트렌드 (스마트 경기장)
최근 국내 경기장 관련으로 스마트 경기장이 큰 이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직접 발 벗고 나서서 구단을 지원했는데, 창원 NC파크와 수원 KT 위즈 파크가 대표적이다. 각각 6억 6천만 원을 지원했는데, 모기업이 게임회사, 통신회사인 만큼 모기업 차원에서도 스마트 경기장 구축에 적극적이었다.
먼저 KT 위즈는 빅데이터 통합 운영실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각 회원의 정보, 좌석 점유율, 식음료와 MD 상품 매출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정확한 팬 세분화가 용이해져서 고객별 맞춤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 KT 위즈 파크 스마트 경기장 : https://www.youtube.com/watch?v=bZzov3gRqhU
NC 다이노스는 게임 회사답게 대형 전광판을 구축하여 각종 트래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표출한다. 타구의 발사각, 타구 속도, 비거리 등등 기존에 팬들이 보지 못했던 데이터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관중들이 더 즐겁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광판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더했다.
* 창원 NC파크 스마트 경기장 : https://www.youtube.com/watch?v=uPbpvlIFlyQ
이처럼 우리나라 경기장도 야구를 중심으로 점점 더 고객 친화적인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타 종목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서 스마트 경기장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경기 관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장 요소(경기장 디자인, 파트너십, 경기 몰입도, 부대시설 등) 들을 살펴보았다. 더디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아가고 있는 스포츠 산업이다. 2010년도 초반과 비교해보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2020년대 후반기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여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 대부분의 경기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때문에 반드시 공공의 이익이 따라와야 한다. 관람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건립에 투입된 세금을 고려한다면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경기장 건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경기장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성을 부여할 수 있다.
단순하게만 보면 지자체 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지자체는 경기장에 상업 시설을 들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낙후 지역에 경기장을 건설하여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가져가기도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서울시는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고 쓰레기 처리장인 난지도 인근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구축하였는데, 국유지였던 덕분에 보상금액도 없었고, 서울 서북권역 개발이라는 명분도 함께 챙겼다. 이후엔 메가박스, 홈플러스, 예식장, 피트니스센터 등 상업 시설을 입점시켰고, 주위엔 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 등 쉼터와 즐길거리가 많아서 경기가 없는 날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거듭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할 수 있는 체육 시설을 함께 구축하기도 하고,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공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경기장이 여건만 된다면 보조체육관이나 운동장 등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대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프로구단)와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생기는 현장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는 야구장 건립 이후 소음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주민 측이 패소했다. 또한 300억 원의 공사비를 낸 KIA에게 25년간 운영권을 넘겨주는 협약을 맺은 것으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사기업인 구단의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구단의 경기장 활용을 유형적 가치로만 판단하려 하기 때문이다. 25년간 야구장을 사용하면 23억의 흑자가 난다는 지자체의 주장이나 181억 원의 적자가 난다는 구단측의 주장 혹은 경기장에 투입된 세금보다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 효과가 더 적다든지 하는 논쟁에는 장기간 투자해온 기업에 대한 배려와 무형의 가치가 빠져 있다. 대부분의 야구단은 30년 넘게 연고지를 지키며, 막대한 운영비를 지출했고 적자를 감수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국내 대회나 국제대회에 나가 선전을 펼치며 지역사회의 이름을 드높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런 것들에 대한 지역 시민들의 이해도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프로스포츠 산업은 오랜 암흑기(?)를 거쳐 이제 막 흑자를 내보려 발버둥 치는 산업이다. 많은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