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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Jan 21. 2021

공무원이 되고 싶으세요?

관광과 공무원의 세계를 파헤쳐보자.

   얼마 전 사촌 동생을 만났는데 시험을 봐서 공기업에 들어갔다고 말하더군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공무원 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저의 회사는 민간 기업이지만 고객들은 99퍼센트 공무원입니다. 제가 일하며 고객으로서 만난 공무원, 그중에서도 특히 관광과에 속한 공무원들은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공무원의 세계로 떠나보실까요?




          1. 관광과는 사실은 기피 부서?


   몇 달 전쯤에 부산으로 출장을 가서 지자체 관광과 공무원들이 오시는 회의에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코로나 때문에 축제들이 다 취소되어 내심 행복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죠. 지역에서 축제가 열리면 일단 공무원분들의 주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축제 현장에서 영혼을 불태우셔야 하기 때문이죠. 높은 분이 오시면 챙겨드려야 하고 주차 문제 등의 민원이 발생하면 해결도 해야 하는 등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바삐 움직이십니다. 또한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는 비수도권 지자체는 관광을 통한 수입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아 관광과의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관광 부흥에 소명의식이 있지 않는 한  '관광과가 기피과'라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2. 일 잘하는 공무원 한 명이 지역을 살립니다.


   저는 재작년에 동두천시와 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의 고객은 두 분의 여성 콤비 주무관이셨는데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셨죠. 공무원을 생각하면 타성에 젖어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공무원들도 많이 계십니다. 동두천은 관광 기반이 매우 열악한 곳인데 주무관 콤비께서 힘을 모아 산림자원을 활용한 관광 진흥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이 통과되어 몇 백억에 달하는 사업 예산을 중앙 부처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예산을 이용해 설립되는 산림 휴양 및 레저 시설의 관리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요. 그 결과로 탄생한 동두천 자연휴양림은 지역민은 물론 타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쑥쑥 성장 중입니다.


동두천자연휴양림 자연도 내부시설도 흠잡을 데 없는 곳이라 예약이 힘듭니다.


   직접적으로 같이 일했던 공무원은 아니나 지역을 살린 공무원으로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인구 21만의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가 무려 18만 명이 넘는 건(전국 지자체 중1등) 김선태 주무관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얼마 전 집콕 여행 꾸러미 상품에 들어가는 충주 사과 조청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참조할만한 콘텐츠가 있을까 하고 들어갔다 이 분의 충주 사과 뮤직비디오를 보았습니다. 비와 박진영의 콜라보 뮤직비디오를 볼 때만큼이나 혼이 나간 채로 사과 뮤직비디오를 봤을 정도이니 직접 충주시 유튜브에 들어가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집콕 여행 꾸러미 상품 언박싱 영상 촬영 부탁드려놨는데 꼭 성사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아 제가 헷갈렸는데 충주 사과 뮤직비디오는 김 주무관님이 아닌 충주시 전 공무원의 작품인 것 같은데  제가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어쨌든 김 주무관님의 작품들은 충주시 공식 유튜브에서 확인가능합니다.

3. 이런 공무원은 좀...


   몇 년 전 경상도와 전라도의 몇 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쇼핑관광명소 육성 사업을 할  때의 일입니다. 명소가 되려면 우선 그 지역에 살 만한 상품부터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상품 발굴 및 개발을 위한 컨설팅에 착수했습니다. 흠... 그런데 제가 담당한 A시 관광과 공무원께서는 저희와 처음 대면할 때부터 굉장히 귀찮고 졸린 표정이셨죠. '이런 걸 해서 뭐하니? 안 그래도 우린 관광객이 차고 넘치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공무원이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일의 성과에 절대적 영향을 끼칩니다. 일반적 연구 프로젝트에서 저는 어디까지나 제안을 할 뿐이지 실제 추진은 공무원이 하셔야 하기 때문이죠. 공무원이 추진을 안 하면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A시 공무원께서는 '지연'을 중히 여기셔서 저희가 보기에는 별로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지역 예술가 단체를 지속적으로 밀고 계셨습니다. (저희도 반대로 밀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A시에 대한 프로젝트 결과가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냐고요?

   이 질문을 저에게 하신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아니라는 답의 첫 번째 이유는 '행정 처리' 업무에 제 영혼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출장을 갈 경우 저는 대표님께 이런 일이 있어 다녀오겠습니다 (때때로 말없이 떠나기도 합니다...)라고 말씀만 드립니다. 출장을 다녀와서 출장 보고서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업무적 필요를 위해 인터뷰 결과 등은 문서로 남겨놓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무원이라면 출장을 가기 위해 출장을 왜 가는지 증명하기 위한 공문서를 제출해야 하며 출장보고서도 반드시 써야 합니다. 보고서에는 출장을 증명하기 위한 사진은 필수입니다. 출장 중에 쓸 수 있는 비용 규정도 매우 까다롭죠. (서울 숙박일 경우 6만 원, 지방일 경우 5만 원  등 매우 세세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민원'은 공무원에게 크나큰 고충사항입니다. 공무원의 고객은 '국민'이니까요. 어느 날 제가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의 담당 주무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SNS 채널에 모델이 등장하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마스크를 안 끼고 촬영을 한 것에 대한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홍보용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델한테도 마스크를 씌우라는 건가?' 순간 황당했지만 민원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주무관님을 위해 민원에 대한 사과와 향후 대응 방안을 정중하게 적은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굉장히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열정 넘치는 공무원은 위에서 예시로 든 것처럼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하죠. 이 한 몸 바쳐 정년이 될 때까지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으신가요? 행정 업무와 민원이 그리 두렵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도전입니다! 공무원이 되려면 아시다시피 공무원 채용 시험을 보셔야 해요. 하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 업무 경험이 있다면 시험을 보지 않고도 전문계약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도 있으니 참조하세요.


커버 사진은 동두천 자연휴양림에서 만끽했던 노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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