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신팀장 Feb 21. 2022

공공의 브랜드. 그 탄생의 비화를 알고 싶으세요?

내 맘을 들었다 놨다. 강원네이처로드의 탄생

   브랜딩만큼이나 애매모호한 개념이 또 있을까요?

경영학도로써 브랜딩이 들어간 과목은 쥐 잡듯 다 잡아내 수강할 만큼 브랜딩이란 것에 관심은 많았지만 정작 브랜딩을 실무로 경험한 적은 없고 책으로만 브랜딩을 접하다 드디어 올해 브랜드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고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바로 지금 제가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강원네이처로드 사업을 통해서였죠.

브랜드란? 고대에 소를 구별하고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불에 달군 인두로 찍는 행위 , 즉 낙인에서 시작한 말이다. 미국마케팅협회에서는 브랜드를 판매자나 개인이 시장을 통해 제공하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징짓고 경쟁 상황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네임, 로고, 상표, 패키지라고 정의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강원네이처로드
강원네이처로드와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 할리데이비슨
여기서 잠깐! 강원네이처로드란?강원도의 구석구석 숨은 보석 같은 자원들을 국도와 지방도를 통해 드라이브를 하며 여행을 즐기라는 취지로 탄생한 국내 최초의 관광도로입니다.


브랜딩은 제 담당은 아니고 협업 중인 A팀 담당이었으나 저는 만들어진 브랜드를 알려야 되는 사람으로서 A팀 팀장만큼이나 브랜딩에 온 관심을 쏟고 있었습니다. 제 맘에 드는 브랜드가 나와야 저도 홍보할 맛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저희는 브랜딩 전문회사가 아닌 관계로 역량 있는 전문 회사에 브랜딩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군요) 업무 외주를 주었습니다. 


여기서 퀴즈!  역량 있는 전문 회사에 외주를 주면 브랜딩 작업이 순탄하게 이루어질까요? 정답은 예상하시겠지만 No입니다. 왜 그런지 알려드릴게요!


아, 사공이 많아도 너무 많아. 산을 넘어 안드로메다도 문제없겠어...

첫 번째 부류의 사공은 바로 저희 회사에 속한 사공들인데요 여기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오너와 일개미! 오너(저희 연구원의 대표님을 의미)와 일개미(저와 같은 팀장과 그 이하급 직원들)는 같은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특히 이 브랜딩만큼은 더더더 의견의 일치를 보기 힘들었죠...


저희 회사는 작년에 강원도로부터 의뢰를 받아 '강원관광도로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강원네이처로드라는 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강원관광도로'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의 오너께서는 그냥 다른 이름 대신 강원관광도로가 좋다는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브랜드를 알릴만한 충분한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새로운 이름보다는 보통명사 같은 강원관광도로가 대표성도 있고 기억되기 쉽다는 게 그 이유였죠. 어느 정도 납득 가는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강원관광도로? 이 이름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있던 흥도 없어질 판이었죠.


한편 브랜딩 업체에서는 강원네이처로드 그리고 강원D로드 그 외에도 여러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를 비롯한 A팀장과 젊은 직원들은 강원네이처로드도 나쁘지 않았지만 강원D로드가 맘에 쏙 들었습니다. D에서 Dream, Destination, Desire 등의 단어들이 연상되었고 마케팅할 때 스토리를 펼쳐나가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저희 오너께서는 "디로드가 뭐야 디로드가?!"라며 무차별적으로 D로드를 구박하셨죠...(싫어하는 이유는 들었는데 제가 생각이 안 나거나 아니면 합리적인 이유가 없던가 둘 중 하나이니 독자님의 상상에 맡깁니다)


결국 저희 내부적으로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빨리 저희의 고객인 강원도에 결정의 고난을 전가(?)해야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위에서 언급된 안에 몇 가지를 얹어 결정을 요청드렸죠. 여기서 바로 두 번째 사공 강원도청이 등장합니다! 저희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아 저 같은 팀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일이 많고 이번 일처럼 중요한 몇몇 사안 정도나 대표님의 의사결정을 거치는 아주 단순하고 신속한 결재 과정을 지녔다는 게 최대 강점입니다. 반면 공무원 세계의 의사결정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만 결론이 나는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번 일도 그 지난한 인고의 과정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주무관님 (실무자)- 과장님- 국장님-도지사님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체인이 기다리고 있었죠. 그 체인에 올라타면서 외부 전문가와 도청 공무원의 선호도 조사를 거치라는 큰 산 하나가 나타났고 뒤이어 "왜 영어 브랜드밖에 없냐?"는 높으신 분의 의견에 따라 한글 브랜드 안을 추가로 짜내야(?)했습니다.


브랜드가 나와야 제대로 된 홍보를 시작할 수 있는 저로서는 아주 줄이 타는 시간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강원D로드가 꼭 선택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중반 이후에는 '이제 모르겠다. 뭐가 됐든 빨리 결정만 돼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선호도 조사 결과와 도지사님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브랜드 이름은 대표님이 원했던 강원관광도로도, 제가 원했던 강원D로드도 아닌 강원네이처로드였습니다. 제가 1순위로 원했던 브랜드도 아니었고 로고 디자인도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어찌 되었든 하나가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이제 이 브랜드를 잘 알리기 위한 마케팅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월에야 겨우 브랜드가 나왔으니 관광마케팅 여름 대목은 물 건너갔고 가을까지 놓치면 올해 농사는 놓친다는 생각에 9~10월에 시작될 세 가지 캠페인을 동시에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무모하기 짝이 없군요...) 브랜딩과 마케팅이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른 채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강원네이처로드로 오고 많은 사람들이 강원네이처로드를 알게 하자는 목표 아래 김이 펄펄 나는 주전자처럼 머리에 김 나게 벌린 일들을 처리해 나갔습니다.


이제 와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마케팅은 자신의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기 위한 노력
브랜딩은 상대방이 좋은 이미지를 느끼도록 하기 위한 노력


브랜딩에 대해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소비자로 하여금 그 브랜드의 가치를 인지하게 해 브랜드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유지하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또 다르게 정의하자면  브랜드가 지닌 정체성과 소비자가 떠올리는 브랜드 이미지의 갭(gap)을 줄이는 것이 브랜딩이라는군요. 내가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하며 강원네이처로드는 A와 같은 곳이라고 외쳤는데 소비자들은 강원네이처로드를 B라고 느꼈다면 제대로 된 브랜딩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가 탄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 초짜 관광 마케터는 그간의 마케팅이 제대로 된 브랜딩으로 이어졌는지를 곱씹어보며 기대되는(?) 내일의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 아직도 브랜딩과 마케팅이 헷갈리는군요... 저에게 명쾌한 답을 들려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