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투자철학 #투자자의 자세 #가치 투자 방식
오늘은 주말에 일상을 살아가며 들었던 생각을 공유합니다.
지난 토요일, 종로 3가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종로 3가에 가니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10년 전만 해도 종로 3가는 친구와 조용히 거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현재는 야장과 포장마차 거리로 변모하여 젊은 세대와 그 이상 세대가 어울려 복작복작한 분위기였습니다.
친구와 저는 시끄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야장거리를 지나 을지면옥에 자리하였습니다.
평소 자극적인 삶보다 슴슴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저에게 을지면옥의 평양냉면은 안성맞춤 메뉴입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는 가을밤, 냉면을 먹는 수요는 평소보다 적기에 구석자리에 여유롭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평양냉면은 슴슴한 게 맛인데, 을지면옥의 평양냉면은 이전에 즐겼던 평양냉면보다 더 슴슴하였습니다.
맛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오히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을지면옥 평양냉면은 자신의 맛을 더 드러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친구와 을지면옥에서 냉면을 먹으면서, 이야기 주제는 최근 화두인 주식 시장과 투자였습니다.
평소 제가 주식 투자로 자산을 불려오고 있음을 아는지라 친구는 자신의 고민거리와 관심사를 털어놓았습니다.
1)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섹터에 투자했다가 순환매가 돌 것 같아 정리하였더니, 떨어질지 모르고 상승하더라.
2) 미국의 SMR(소형원전)과 중형원전 기업을 유망하게 보고 있어 투자하고, 주변에 추천도 했는데 불확실성이 커서 고민이더라.
3) 너라면 내가 주목하고 있는 소형원전 N주와 중형원전 O주 중에 어떤 것에 투자하고,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겠느냐.
올해부터 주식 자산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친구인지라 털어놓은 고민거리가 많았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했던 답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토요일 답변을 복기하며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1) 반도체 섹터에 투자했다가 순환매가 돌 것 같아 정리하였더니, 떨어질지 모르고 상승하더라.
저는 순환매가 어떤 타이밍에 어떤 기울기로 진행될지 '모르는' 투자자입니다. 친구는 SK하이닉스가 주당 10만 원 대 초반일 때 매수했다가, 20만 원대에 매도한 것 같습니다.
주가의 단기 방향성을 알 수 있는 투자자가 있을까요?
적어도 저는 주가의 단기 방향성을 '모른다' 학파에 속합니다.
단기간 급등한 주식을 팔았다가 조정 받으면 매도했던 현금으로 다시 사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대부분 어그러질 때가 많습니다.
저는 투자에서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퀄리티 기업이라면 계속 보유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2) 미국의 SMR(소형원전)과 중형원전 기업을 유망하게 보고 있어 투자하고, 주변에 추천도 했는데 불확실성이 커서 고민이더라.
원자력 발전은 미래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의 석탄 중심의 화력 발전은 친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으며, 태양광 및 풍력 등 소위 친환경발전은 건설비 및 운영비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대안이 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석탄 중심의 화력 발전은 전환 비용과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중심의 화력 발전으로 대체될 것이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고에너지 원자력도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원자력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의 성장하더라도 친구가 말한 N기업과 O기업의 장기적인 경쟁우위에 대한 자세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N기업과 O기업이 경쟁 관계라면 각각의 비즈니스 경쟁우위와 지속 가능성, 매니지먼트(사람)의 유능함과 정직성에 대한 조사, 내재 가치 대비 적정(혹은 할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거기에 원자력 산업의 과거, 현재, 나아가 미래 예측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할 것입니다.
이 과정은 하루, 이틀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며, 제 능력으로는 최소 1~2달, 길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그렇다면, 원자력 기업의 성장은 저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면 '너무 어려움' 폴더에 던져놓고,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능력 범위 경계 밖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학에 기반합니다.
주식 투자는 2가지 허들 경주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입니다.
1번 레인은 높이 150cm의 허들을 넘어 골인합니다.
2번 레인은 높이 20cm의 허들을 넘어 골인합니다.
어떤 레인을 선택하든 이겼을 때 얻게 되는 점수는 같습니다.
이 경우 주저하지 않고, 2번 레인을 고르겠습니다.
원자력 산업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저에게 1번 레인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쉬운 길을 선택하여 이기는 투자를 추구하기 때문에 2번 레인이 아니라면 경기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3) 너라면 내가 주목하고 있는 소형원전 N주와 중형원전 O주 중에 어떤 것에 투자하고,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겠느냐.
세 번째에 답하기 위해 가정이 필요합니다.
원자력 산업과 N기업, O기업이 능력범위 안으로 들어온다는 가정 말입니다.
(실제로는 제 능력범위 밖이지만) N 기업, O기업이 정말 유망하다면 어떤 비중으로 투자해야 할까요?
5:5일까요, 아니면 7:3일까요?
저라면 10:0에 근접하게 투자하고 싶습니다.
능력범위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두 기업의 장기적인 비즈니스 경쟁우위,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진에 대한 판단, 적정 가격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섰다는 말입니다.
두 기업 중 1등으로 보이는 기업에 대한 판단이 섰다면, 1등 기업 외에 2등 혹은 3등 기업에 투자하여 불안에 떨 이유가 없습니다.
축구계에서 손흥민에게 온전히 베팅하길 원하지, 하위 리그 선수에게 베팅을 분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손흥민인 줄 알고 투자했는데, 미래의 어느 시점에 '김'흥민으로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전히 받아들이고 실패를 통해 치열하게 배우겠습니다.
투자에 성공하면 돈(자산)을 얻지만, 배움을 얻을 순 없습니다.
투자에 실패하면 돈을 얻을 수 없지만, 치열하게 복기한다면 크게 배울 수 있습니다.
친구의 물음에 답했던 조언을 복기해 보니, 결국 투자자인 자신에게 되새기는 말과 같습니다.
투자자 리루는 말합니다.
투자 시장은 인간의 약점이 공개되는 시스템이다.
투자금이 적으면 수익률 그래프의 기울기를 최대한 높여 갈아타고, 갈아타서 빠르게 자산을 높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현실에서 가장 효율적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투자에서 실제로 중요한 사실은 투자의 철학과 투자자로서 바른 태도를 먼저 세우는 것입니다.
앞 단에서 철학과 태도가 바르게 섰다면,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친구의 앞날을 여전히 응원하는 저로서는 친구가 '확률 높은 곳'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만날 때마다 좋은 경험치를 공유해 주는 친구를 응원하며, 그의 앞날이 평온하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