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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l 14. 2020

'우리'는 '나'보다 강하다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는 종종 충돌을 일으켜,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정체성이 개인적인 웰빙과 행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행복과 웰빙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건강한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밝히는 것은 심리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서도 주요하게 다루는 연구 주제입니다. 오늘은 웰빙에 대해서 조금은 새롭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바로 웰빙에 대한 사회 정체성 접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혹은 국가라는 사회적 조직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개인적으로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인적 정체성뿐 아니라 사회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사회적 정체성’은 주로 공동체의 목적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주요 변인으로 연구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정체성’이 개인의 건강과 웰빙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공동체 목적 달성을 위해 중요한 변인인 ‘사회적 정체성’이 어떻게 개인의 행복과 웰빙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공동체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은 일치할 수 있을까요? 공동체의 공동 목적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때도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공동체 행복과 개인의 행복은 별개라고 단정 지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정체성’이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증진한다는 연구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야경'이란 이름을 알려져 있지만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다. 우리는 늘 나보다 강하다. Rembrandt (1606–1669)

사회적 정체성 접근과 웰빙


사회적 정체성 접근(The Social Identity Approach: SIA)은 개인이 자신을 한 개인으로 인식할지 혹은 집단 내 구성원으로 인식할지 그 여부에 따라 인지, 정서, 행동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설명합니다(Tajfel &Turner, 1981; Turner, Oakes, Haslam, & McGarty, 1994). 원래 사회적 정체성 접근 이론은 집단 내 행동, 특히 집단 내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발전하였습니다. 대략 10여 년 전에 건강과 웰빙 영역에 사회적 정체성 접근이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공유된 집단 정체성이 그 집단 구성원들의 건강과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Steffen et al., 2017).


3가지 유형의 정체성 동일시


웰빙에 대한 사회적 정체성 접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1) 개인 동일시(individual identification)는 개인이 집단과 동일시하는 정도, 즉 자신과 집단 사이의 중복되는 경험의 강도로 정의합니다. 개인 동일시는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한 인식과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건강과 웰빙을 증가시킵니다.

2) 집단 동일시(group identification). 이는 집단 정체성과 건강, 웰빙을 연결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상호 사회적 지원과 집단적 자기 효능성 증대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은 집단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행동이 상호적 목표에 도달하도록 조정된다는 생각에 기초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집단 구성원은 집단 구성원들이 더 많이 동일시할수록 서로를 더 지지하는 경향성이 강해집니다.

3) 개인적인 집단 동일시(individual group identification). 예를 들어,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집단 동일시를 할 경우, 나 말고도 우리 반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인 동일시를 할 경우, 우리가 아닌 나에 대한 위협으로 인지하여 훨씬 더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집단 수준과 개인 수준의 사회적 정체성 통합


저자들은 사회적 정체성을 집단 수준과 개인적 수준으로 구분하여, 사회적 정체성이 웰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통합적인 메커니즘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개인적 수준에서 개인적으로 지각된 집단 동일시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1차와 2차 평가가 웰빙에 영향을 끼칩니다. 즉, 일차적으로 스트레스가 ‘나’에게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있는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웰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개인 동일시는 지각된 자애로움(benevolent)과 내가 받은 사회적 지지로 인해 건강과 웰빙에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수준에서 집단 동일시는 상호 간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집단 효능감을 증진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정체성은 개인의 건강과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나'보다 강하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정체성 접근 연구들은 결국 우리에게 ‘나’라는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생에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는 것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정체성과 웰빙의 통합된 이론적 프레임은 건강과 웰빙에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이나 마약 사용자 같은 취약계층의 경우, 정체성 동일시를 개인 수준에서 집단 수준으로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지각된 위협이 감소하여 웰빙과 건강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웰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입에 있어서 사회적 정체성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이기도 하지만 집단의 한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할지도 모릅니다. 젓가락 하나는 부러지기 쉬워도 여러 개의 젓가락은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힘이 아닐까요. mind    


    <참고문헌>  

Häusser, J. A., Junker, N. M., & van Dick, R. (2020). The how and the when of the social cure: A conceptual model of group‐ and individual‐level mechanisms linking social identity to health and well‐being.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50(4), 721– 732.

Steffens, N. K., Haslam, S. A., Schuh, S. C., Jetten, J., & van Dick, R. (2017). A meta-analytic review of social identification and health in organizational contex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1, 305–335.

Turner, J. C., Oakes, P. J., Haslam, S. A., & McGarty, C. (1994). Self and collective: Cognition and social contex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 454–463.

Tajfel, H., & Turner, J. C. (1981).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intergroup behavior. In S. Worchel & W. G. Austin (Eds.), Psychology of intergroup relations (pp. 7-24). Chicago, IL: Nelson-Hall.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 사회및문화심리 박사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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