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찐사건의 진범을 찾아라
일주일 만에 2키로가 쪘다.
이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다. 정 씨는 최근 재택근무와 배달 중독으로 평균 걸음 수가 50을 넘지 않았다.
고로 이것은 밀실살찐사건이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할미 탐정 정마고는 재빨리 범인 검거에 나섰다.
[1번 용의자 코드] : 6.18.21.9.20
첫 용의 선상에 오른 것은 냉장고 속 체리와 딸기다. 이 두 공범은 밥 먹고 나서 무조건 정 씨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일 확률이 높다. 마트에서도 정 씨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쇼핑 카트에 들어가 있는 등, 정 씨의 체중 확대뿐 아니라 재산 갈취 혐의도 받고 있다. 밥 먹고 정 씨가 드러눕는 소파와의 합작 가능성도 높다. 이 둘이 주장하는 알리바이 내용은 이렇다. '정 씨는 우리를 먹으려고 구태여 물로 씻치고 꼭지도 따고 귀찮은 일을 다 무릅쓰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 씨 본인이 제일 수상하다. 우린 가만히 냉장고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2번 용의자 코드] : 3.5.18.5.1.12
다음 유력한 용의자는 초코첵스다. 주로 주말 정오, 늦잠 자서 밥해먹기 귀찮은 첫 끼 때를 노린다. 최근에는 마시멜로 전술을 더해 낡고 지친 회사원들의 성인병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악질인 놈은 국물이다. 초코우유 안 사 먹는 사람은 있어도, 초코첵스 즙을 버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초코첵스는 '매번 입천장을 벗겨놓는 등 최선을 다해 정 씨가 당 섭취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3번 용의자 코드] : 19.14.1.3.11
마지막 용의자들의 주요 활동 구역은 정 씨의 책상 위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정 씨는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24시간 당충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틈타 요거트, 젤리, 초콜릿 등 각종 설탕 덩어리들이 요일을 바꿔가며 정 씨의 내장 지방이 되고자 애썼다. 특정 시간이 아닌 어느 때(정 씨가 일하기 싫을 때)나 침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들은 '정 씨가 일을 열심히 했다면 우리를 입에 댈 시간이 있었겠냐, 정 씨는 뭘 처먹느라 업무 시간을 날려먹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거의 조롱과 협박에 가까운 알리바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힌트 1] : 범인은 언제나 현장에 나타난다
[힌트 2] : 악마는 리추얼에 있다
[힌트 3] : 4.9.19.8
진범의 정체를 밝혀낸 분께 5천만 원 상당의 푸짐한 박수를 증정해드립니다.
물건의 장점 : 겁나 귀엽다! 그릇의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치면 뭐라도 담아 먹고 싶어서 식상이 마구 떠오른다. (결정적 힌트)
물건의 단점 : 작다. 두 젓가락 분량의 음식밖에 담기지 않는다. 후기글에 어떤 분이 파스타 담아서 올리셔서 깜빡 속았는데 그분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 그야말로 미니 디저트 볼이다. 그리고 안으로 움푹 파여 있어 설거지가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귀엽다! 귀여운 게 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