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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Dec 11. 2024

<황금물고기>를 읽는 중

오늘은 정말 쓸 것이 없어서...

노벨상 작품을 읽는 책모임을 신청했다. 노벨상은 작품이 아닌 사람에게 주어지므로, 엄밀히 말하면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읽는 책모임’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면서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나 역시 어려운 책은 잘 읽지 않지만 이참에 읽어보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신청하고 나서 당장에 책부터 구입했다. 여섯 권의 책들은 그 두께부터가 상당했다.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까지 잘 해보자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첫 번째 책인 <이방인>은 얇아서 읽을만했다. 내용도 단순해서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상징적인 부분들이나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독서 모임을 하면서 그러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다 보니 재미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책인 <황금 물고기>는 분량도 꽤 되는 데다, 주인공 외에 인물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다. 그리고 내용도 친절하지 않아서, 어떤 특정한 스토리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시간 순으로 서술해가는 방식이라 집중이 도통 되지 않았다. 게다가 끝까지 제목인 <황금 물고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황금 물고기>, 라는 제목을 보고 혹했던 이유는 동명의 드라마 때문이었다. 물론 그 드라마는 이 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드라마 <황금 물고기>는 일일 연속극으로 이태곤과 조윤희가 나오는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출생의 비밀 등이 나오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막장 일일 드라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보면서도 그 드라마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그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저 글자만 눈에 넣고 간 거라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심지어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고향으로 돌아갔다는데 그것도 해설을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정신 없이 책을 읽고 나서 책읽기 모임에 참석했다. 옆에 아이가 잠들어 있어서도 그랬지만, 그 이유가 아니라도 나는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소외되는 아이들, 돌봄, 독립, 성장 등의 다양한 테마가 있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다만 ‘대체 언제 끝날까’ 였기에 어느 테마도 내 구미를 당기지 않았다. 정말로 재미없었던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다양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신기했을 따름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흥미 있어 할만한 주제들이 많이 나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왜 몰랐을까 싶을 만큼. 생각해 보니 그저 나는 ‘완주’에 목표를 둔 나머지 중요한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누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나에게는 ‘이 책에서 무언가를 느꼈어’ 보다도 ‘내가 이 책을 다 읽었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나에게 얻어지는 것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 내면의 만족보다도 외적인 성취도가 더 내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어제 모임을 통해서, 나는 책의 여러가지 포인트들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나서 책을 읽자 놀랍게도 그 안 들어오던 글자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면서 내용이 이해가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주인공 라일라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가슴을 치는 문장들에 마음 속으로 밑줄을 그으며 처음 읽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그다지 안 좋은 일은 아니었음을 또 깨닫게 되었다. 처음 한 번 읽었기에 두 번째 읽을 때에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나는 이 글의 결론을, ‘뭐든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고 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형식적이든 뭐든 일단 시작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꾸준히 필라테스 운동을 한 지 2년이 되었는데, 그 동안에 꾸준히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그저 그 시간에 대충이라도 동작을 따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내 몸은 점점 나아지고 좋아졌다. 종교 생활 중의 하나로 매일 기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것 역시 그냥 멍때리고 있을 적도 많이 있지만 꾸준한 기도 생활로 마음이 점차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형식적으로라도 꾸준히 하면 점차 내실을 쌓아갈 수 있게 된다.      


목표가 외적인 성취도이든, 내가 무언가를 이뤘다는 뿌듯함이든, 그래서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든, 어떤 이유로든 좋은 것들을 시작하면 내 안에 좋은 것들이 쌓인다. 나는 그중에 꼭 필요한 것이 운동과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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