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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Dec 25. 2022

4년간 만난 10살 연상 남자

연애가 계속될수록 불행했다


 내가 가장 사랑했고, 미치도록 증오했던 옛 연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레벨 1이었던 내 연애사를 극악의 난이도까지 끌어 올리면서 헌신적인 사랑은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에 충분히 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도 살지 않은 내가 인생의 절정기를 말하기에는 우스울 수도 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내 인생의 황금기는 23살 때였다. 혹독한 다이어트로 40kg 후반 몸무게를 유지했고, 외모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네 명의 남성에게 고백을 받았다. 나를 차단한 그들을 찾아가서 물어볼 수는 없으나, 외모도 일정 부분 어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쩝...) 


 다이어트 성공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고, 이때부터 도전하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평범한 것은 고리타분한 거라고 치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섰다. 그러면서 내 인생 최악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10살 연상의 그 남자는 연애는 물론 모든 것에 나보다 능숙했다. 내 또래와 연애할 때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그중 두 가지를 꼽자면 내 또래 친구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데이트를 할 때 외제차를 타고 다닐 수 있었던 거고. 다른 한 가지는 검색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축적된 다양한 맛집 데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남자를 만나면 내가 특별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한테는 남자친구의 존재를 숨겼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남성과 만나는 게 어쩌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만남을 줄이면서 헤어지는 계획도 했었다. 옆 동네에 사는 그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난 종강하자마자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면 서서히 마음이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획은 완전히 실패였다. 


 그 남자는 나를 보기 위해 매일 70km를 달려왔고, 다음날 다시 70km 거리를 다시 돌아갔다. 심지어 그 남자는 내가 이별을 말하자 새벽에 130km 거리를 달려와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고, 무서울 정도로 마음이 커져갔다. 이런 나의 마음과 달리 상대는 점점 귀찮아하기 시작했다.


 먼 길이어도 나를 찾아왔던 그였지만, 마음이 식자 10분 거리에 있어도 나를 보러오지 않았다. 내가 더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의 친구가 전해준 끔찍한 통화녹음 파일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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