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서리가 얹은 내 머리와 깊게 패인 내 주름은 그간 내 시간의 여정들을 말해주는것과 같았다.
푸르른 나의 젊음은 떠난지 오래이며, 잿빛과도 같은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는것과 같은 나의 요즘은
총성이 빗발치는 전선끝에 우두커니 서있는 노장의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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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후 자욱한 안개를 뿜고 나온 나의 모습도 더이상 예전만큼 싱그럽지 않아보였다. 누구보다 너희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더이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나의 삶은 위태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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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깰까 조심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고요한 아침이 나에겐 큰 쉼이다.
그래도 아들의 방은 복닥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침부터 분주해보이는 녀석과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얼추 비슷한 타이밍을 맞추어 방밖으로 나왔다.
아들녀석이 멋들어진 하이칼라를 하고 깃세운 옷을 입고 나왔다.
우연찮게 마주한 자리에 멈춘채 멍하니 녀석을 보아하니 참으로 멋이있어 보였다. 나도 그러할때가 있었다만, 내 아들은 젊은 나보다도 잘나가 뵈였다. 오늘 너의 행선지가 어딘지 물어보련만 이내 쌩하고 나아가 버리는 녀석의 뒷모습은 내 말을 듣기싫다는 말처럼 들려보였다. 예전만큼 내가 존경스럽지않은가 싶다. 용돈이라도 몇푼 쥐어주던 내 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져서 그러한지 나는 아침에 인사를 못받는 아버지가 되어버린듯하다. 그래도 우리가족은 화목하다 이정도면.
밤에 물을 말아 몇스푼 뜬다. 김치와 물말은 밥이 전부지만, 속이 편한 하루에는 이만한 아침밥이 없다.
영양제 몇알을 챙겨 입에 털어넣고, 밖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