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서초구 어느 장어집이였다.
원더는 근처 카페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한다. 덮어두었던 책을 펼쳤고, 다시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되새겼다.
명분이 필요했다. 원더에서 원동력은 '두려움'이였다. 물고기가 가득한 곳에 얼굴을 쳐박고 숨을 참는것. 그것이 원더가 가장 효과적으로 느끼는 동력원이였다. 15분을 남기고 원더는 골목 어느 장어집 앞에 섰다. 흐릿한 눈매 넙데데한 얼굴에 어울리지않는 헤어젤을 바른 사내가 원더 앞에 섰다.
'처음이죠?'
원더는 답했다.
'네'
원더는 직감했다. 이 사내는 원더에게 해악이라는것을
이내 알려주지 않았던 계약서의 조건을 원더에게 물었다.
'사고나면 자기 부담금 100만원'
원더는 생각했다.
"4만원을 벌자고 100만원을..."
발렛파킹 알바가 아닌 노예가 되기에 제격인 일이라고 원더는 생각했다.
원더는 이내 동그란 안경을 치켜세우고 당당히 말했다.
'사전에 알지 못했던 조건이네요. 오늘만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나름 똑똑한 처사라고 생각했지만, 사내의 다음말이 두려웠다. 다행이 사내는 알았다면 자신의 구형 독일차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떠나기가 무섭게 매서운 주차와 함께 사장할머니가 왔다.
이 알자배기땅에서 생존했다는것이 두 눈에 서늘하게 보였다.
원더는 아까 사내를 맞이한 순간보다 더욱 긴장했다.
원더를 위아래로 보던 사장할머니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텀블러에 붓고 계산대에 앉았다.
'원래는 뭐해?'
자신의 이름마저 까먹을듯한 서늘함에 원더는 가장 우위에 있어보이는 말을 꺼냈다.
'학생입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학생만큼이나 안전한게 또 있나 싶었다.
그렇게 원더의 첫 근무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