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초록을 펼쳐보다 생각이 났다. 나무에 잎이 돋아나려 할 때가 가장 좋다고 한, 그 어떤 날에도 사무실과 부두를 오가며 사계절을 수십 년간 맞이했을 당신이.
떨어지는 낙엽 밟는 소리에 가을을 좋아했던 내가, 일렁이는 햇살과 연두색의 생기에 봄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고백하니, 너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시선에
당신의 시선이 겹쳐 보였다.
계절을 함께한 그곳에 벚꽃 나무를 심으셨다. 가족의 행복을 새겨놓은 것이 쑥스러우셨는지 몇 년이 지나 나무가 꽤 자라고 꽃 피운 봄에서야 사진을 보내주셨다.
바라시겠지 내가 꽃피우길
찬란한 초록빛으로 물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