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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Apr 01. 2024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굳이 안 먹어도 배부른 책-공감에세이 추천

여전히 활발하게, 그렇지만 눈에 잘 띄지 않게 어깨동무 걸고 사회 활동을 많이 하는 그에게 훈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같이 팔 걷고 어깨 걸고 그러진 못하지만 그냥 마음만 그랬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년 전, 온라인 토크 <툭터유> 6번째 복지종사자 편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때 용감하게 손들고 장애아 부모들과 책을 출판한 기념으로 북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으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참여를 부탁했다.


그는 난감해 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직접이 아니더라도 영상으로라도 방문 하겠다고 했다. 많이 바쁜지 연락은 되지도 해오지도 않았다. 많이 아쉬웠지만 그러려니 했다. 좀 바쁜 사람이겠냐, 한번 움직이는데 비용이 얼만데, 라며 복지관 직원도 엄마 작가들도, 이용인들도 모두 아쉬워했지만 그러고 말았던 그가 책을 냈다길래 반가웠다.


그의 책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그럴 때 있으시죠?>를 읽었다. 그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쉽게 공감 된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기도 해서 어떤 문장에서는 종종 멈춰 서게 만들기도 해서 좋다. 이 책도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혼자서도 기죽지 말고' 라고 써 놓은 그의 글씨에서 멈추고 생각한다. 혼자가 난 더 좋은데? 라고 했다. 혼자가 된다고 해도 굳이 기가 죽을 이유가 있을까? 하다가 문득 여태 한 번도 혼자가 돼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복받은 건가? 잠시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머리말만으로도 내 유년 개방정 떨던 시간으로 되돌리는 그가 역시 대단하다 느낀다. 이런 말발을 좀 배워야 하는데.


43쪽,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살면서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한두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걸로 됐다는 위로와 그런 나를 좀 챙기자며 꺼낸 밥 이야기에서 역시나 그의 주제는 사람 이야기고 아이들 이야기다.


그가 어릴 때 밥을 챙겨주던 누나들 이야기에 미소 짓다가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을 한다. 며칠씩도 아니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정도인데도 할머니는 집에 들어오는 기척이 들리면 밥상을 차려 주셨다. 아무리 먹고 왔다고 해도 "네가 어디서 밥 먹을 데가 있냐?" 라며 기어코 챙겨 주셨다. 그래서 먹었어도 또 먹었다. 그것도 맛있게 우적우적. 그것 보라며 웃으시던 할머니 얼굴이 이젠 기억이 안 난다.


"나의 이야기를 첫 번째로 들어주는 사람이 내가 될 때 내가 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때 사람은 좀 안정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랬습니다." 106쪽, 내 얘기를 첫 번째로 들어주는 한 사람


임시보호에서 식구가 된 탄이와의 동거에서 깨닫는 일이나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만나는 통장님이나 주민, 아이들 혹은 사람과 겪는 일상 속 깨달음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독자와 나눈다. 계몽하듯 억지로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눈 맞추고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자식 자랑하는 누군가의 미소를 보고도 함께 행복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는 그런다고 한다. 자식도 없는 그가 그런다니(아, 탄이가 있나?) 덩달아 자식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나도 그런 미소는 짓는다.


읽다가 '어른 되느라 고생했다. 애썼다.'라는 위로에서 주춤했다. 참 되기 어려운 것이 어른이라서 그 어려운 걸 해낸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나처럼 아직 되는 중인 미생들도 있을 거라서, 혹 팔십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한들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뭔 소린지 나도 헷갈리지만 굳이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했다가 여하튼 난 아직 어른은 못된 건 확실하다는 결론에 마음 상했다.


163쪽, 저는 왕으로는 못 삽니다!


역시나 강담사, 전기수의 후예답게 빼먹지 않고 쓴소리를 담아 일침을 날려준다. 맞다. 몇 년 간 우린 이런 쓴소리를 무시하는 권력자를 상전으로 모시는 통에 한숨만 쉬느라 할 일을 못할 지경이 아닌가. 그래서 얼마간 이런 쓴소리가 시원하기도 반갑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좋아하는 오빠에게 고백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울컥했다. 이런 이야기를 엄빠에게 못하고 생판 모르는, 그것도 잘생기고 예쁜 것들에게 종합얼굴세를 물리고 싶어 하는 아저씨에게 물을까.


엄빠는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단박에 이제 고등학교도 가는 중요한 시긴데 열심히 공부해야지 무슨 연애냐 할게 뻔하니까 물어보지도 않았겠지 생각하니 씁쓸하다. 우리 애들도 내게는 연애사를 들려 주지 않는다. 혹시 없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는 잘생기고 예쁜 것들은 연애를 잘해서 실연의 아픔을 잘 모를 거라 하는데 아니다. 그런 것들 중에도 그 마음 너무 잘 아는 것들도 있다. 특히 내가 그렇다.



우울이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문득문득 우울하자고 그래도 괜찮다는 그의 이야기를 객석에서,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가 교실에 앉아 듣는 것처럼 읽게 된다.


맞다. 사람이 어떻게 자로 잰 듯 일관성 있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AI라면 모를까. 때론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은 좀 피곤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당히 기복이 있어야 인간답겠다 싶다. 그래서 갱년기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는 것도, 그런 아내 옆에서 회사 다니기 싫다고 징징 대는 나도 얼마간 심심한 위로를 받는다.


294 / 303쪽, 진정한 성공이란


이 책은 그를 좀 안다고 읽었다가 역시 라는 감탄으로 덮었다. 위로랍시고 어려운 이론에다 좋은 미사여구 쏟아내지 않아도, 아이들과 해맑은 이야기들만으로도 위로가 햇살처럼 쏟아져 굳이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그런 책이다. 그는 밥을 먹으라 했는데 이러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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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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