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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Apr 05. 2024

[경제경영] 홍보의 신

맨땅에 헤딩으로 일궈낸 콘텐츠 기획 전략

고시 7수에 공시 재수를 거쳐 충주시 9급 공무원이 됐다. 얼떨결에 시정 홍보 업무를 맡았고 거기다 등 떠밀려 유튜브까지 하라는 시장 엄명에 혼자 맨땅에 헤딩하다가 소위 B급 영상물을 만들어 대박을 터트렸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공무원의 일상을 깨알 유머를 녹여내며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며 만들어 낸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6급으로 고속 승진을 했다는 더 신회 같은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다 책도 내고 요즘 여기저기 예능에도 자주 보인다. 이 또한 신화 같은 이야기다.


숨통 조일 것 같은 넥타이 부대의 대명사인 공무원이 이렇듯 자유분방하게(다 읽고 나니 분투도 좀 했긴 했더라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데에는 준 충주 시장과 그 조직원들이 버텨줘서가 아닌가 싶다.


그에 비하면 우리 조직은 조르기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회복지 기관들도 꽉 막힌 곳이 대부분이라서 읽는 내내 부러워 죽을뻔했다. 겁나 배 아프다.


"일개 홍보 담당자가 맡은 일을 잘 해냈을 때 어떤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5쪽, 프롤로그


정수리에서 띵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사람 마인드가 이러니 이렇게 잘 될 수밖에 없구나 했다. 굳이 홍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에도 이런 마인드라면 잘 되지 않을 턱이 있을까. 막연히 배 아프다고 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또 그의 예리한 분석을 보면서 놀랐다. 생긴 건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편견인가? 여하튼 <실패에서 벤치마킹한 '거꾸로' 성공 전략> 중 두 번째 이야기, '모든 기관이 정보 전달에 매달릴 때 그는 정보가 아니라 재미를 선택했다'라는 점에 주목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보통 기관 홍보라면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아주 딱딱하고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에 열을 올리는 게 국룰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


"정보 전달에 집착하지 않는 순간 기획의 폭이 굉장히 넓고 자유로워 집니다. 기존 기관들이 그렇게 집착 했던 정보 전달이라는 허황된 고집에서 벗어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지는 셈입니다 .바로 그 순간 홍보의 본질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49쪽, 뚜렷한 목표 하나만 이뤄도 성공이다


이 대목에서 소개하는 사례가 "같이 출근 준비해요"라는 영상이었다. 궁금했다. 그래서 충TV에서 찾아 봤다. 책을 보면 안 볼 수가 없다. 대박! 훈남이란 자막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에서 진짜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멍해졌다.


이걸 이렇게 찍었다고? 이걸 올렸다고? 진짜 대박이네. 미친 거 아님? 시장이 상 받아야 하는 거 아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62쪽, 팀장에게 결재받으면 타깃이 팀장이 된다


지현동 동네 축제인 '사과나무이야기길'을 알리는 포스터에서 말문이 턱 막혔다. 엄청나게 직관적인, 무려 아장아장 걷는 얼라들도 다 알아 볼만한 내용 없는 그런 포스터이지 않은가. 장소도 일시도 문의도 아무것도 없다. 궁금하면 네가 찾아 보든지라는 건방진 포스터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면 몇년쯤 생명 연장이 될 만큼의 욕을 먹었을 게 뻔하다. 한데 충주시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 이 종이 쪼가리가 홍보 포스터가 될 수 있다니 심지어 이걸 내 걸 수 있다니 진심 놀랍다.


108쪽,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획자의 의도를 관철하라


홍보는 결국 보는 이의 '취향' 차이라는 말에 백퍼 공감한다. 사업과 관련한 홍보지나 현수막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결제를 올리면 글자가 작네 많네 색깔이 어떻네 하며 결국 자기네 입맛대로 바꾸는 경우가 허다 하다.


나중에는 결국 "그렇다면 샘플을 하나 보여 주시죠!"라며 개기는 게 속 편하다. 그러면 만드는 입장에서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고 싶은 기분은 저기 달나라 목성을 지나가고 만다. 이런 심정을 팍팍 드러내 주니 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선 업로드 후 보고 시스템이라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그래서 저는 수직적인 의사결정이나 팀 단위의 프로젝트는 유튜브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만들고 싶다면 간섭하면 안 됩니다. 그 누구든." 110쪽,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획자의 의도를 관철하라


그래서 "그 누구든!"이라고 방점을 찍는 말을 당당히 하는 충주맨이 개부럽다.


재기 발랄하고 창의적인 그가 전하는 여러 메시지 중에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드는 문장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영상에 대한 평가는 창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습니다. 평가는 창작자가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62쪽, 항상 선 위에 서 있음을 잊지 말라


영상이든 글이든 어떤 콘텐츠든 공개되는 순간은 그렇게 내 손을 떠나는 것이고 보든 읽든 어떻게 느끼는 가는 그의 말대로 시청자나 독자의 몫이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공감되지 않을 수 없다.


211쪽, 개인도 조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B급 감성으로 무장한 저자 충주맨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시대에 어떻게 성공하고 성장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애써 키운 노하우를 방생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폐쇄집단인 공공기관이 개방형 알고리즘을 만났을 때 어디까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더 좋다. 나아가 고여 있어 복붙조차 귀찮아 하는 조직의 변화를 개인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는 정말 좋다.


덧붙여 홍보에 뭣이 중헌지 깨닫게 만들고 즐거운 홍보의 맛을 알게 한다. 홍보를 하고 있고, 그러고 싶다면 꼭 읽길 추천한다. 만약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을 요구하려는 조직의 리더라면 더더구나 읽어라.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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