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Oct 25. 2024

[에세이] 놀면서 알게 된 것들

| 사는 것과 노는 것에 대한 철학

작가 소개를 펼쳤는데 익숙한 휠체어가 보였다. 만화가 인지 조소면 조각가겠지? 어쨌든 만화가 이자 조각가이자 <비밀이 사는 아파트>를 출간한 동화 작가라는데 굳이 자신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작가로 드러낼 필요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 아니면 조각가인 예술가로 소개는 충분했다.


작가 허용호, 만화를 그리고 조소 작업을 하는 그것도 보란 듯 작업실에서 노는 듯 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부럽지 않을 수 없는데 꾸준히 그린 만화가 어느 순간 동화가 될지 모른다는 소망을 갖고 작품이 쌓이면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니 이것도 역시 부러울 수밖에.


문득 궁금해졌다. 그가 놀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랑’일까? 짤막하게 펼쳐지는 그의 사랑 이야기가 스치듯 지나치다도 또 멈춰 오래 생각에 잠기게도 해서. 나는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칸으로 나누고 눈을 현혹시키는 효과나 의성어나 의태어가 넘치는 그런 익숙한 만화는 아니다. 작가의 생각 혹은 철학이 담긴 그림일기랄까? 아무튼 익숙하진 않다. 그런 메시지를 읽다 보니 만화처럼 빠르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림과 메시지를 찬찬히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버라이어티하다. 다만 누군가는 딱 한 번의 사건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가 그렇고 내가 그렇다. 빛나야 할 스무 살에 참 인생 더럽게 버라이어티 해졌다.


20대,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 작가는(이것도 나랑 똑같다.) 살면서 잘 놀기 위해 고민한다. 평범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생각들에서 마주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다른 생각들을 통해 틀에 갇힌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 있지 않길 바란다.


내가 그와 다른 것이 있다면 ‘노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인데 도대체 그는 뭘 하며 노는지, 왜 그게 재밌는지 궁금하다. 뭘 하며 놀아야 재밌는지를 잊은지 너무 오래라서 그리고 틈만 나면 소파에 붙어 있는 내가 한심해졌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어쩌면 내게 재밌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는데 회사를 다니지 않는 지금은 왜 하지 못할까. 일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래서 놀지 못한다는 그가 너무 부러워서 약간 짜증이 났다.



이 책은 그가 일상을 살며 마주한 순간들을 사랑, 생명, 권리, 자유, 시간, 놀이, 행복, 존중 등 12가지 주제로 자신이 생각을 기록한 만화 에세이다. 때론 묵직하게 혹은 가볍고 재치 있게 생각들을 담고 있어서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만화처럼 그려낼 그의 동화도 기대된다.



#놀면서알게된것들 #허용호 #득수 #서평 #책리뷰 #도서인플루언서 #공감에세이 #그림에세이 #만화 #장애 #인생철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경영] 상속의 지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