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적 태도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매거진 <B> 창간하고 발행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저자 조수용은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프리챌, 네이버 근무 이후 회사 <JOH>를 설립하고 매거진<B>, <일호식>, <세컨드 치킨> 등 다수의 브랜드를 론칭과 <사운즈 한남>, <광화문 D타워> 등 공간과 브랜드를 결합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칸느 크리에이티브 은사자상, 파라다이스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카카오 공동대표이며 <나음보다 다름>을 썼다.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감각'이란 단어를 좋아해서 이 책이 흥미로웠는데 저자 소개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정보 없이 받아든 책의 후유증이 클 것 같다.
이런 이런! 그의 감각이 궁금했다가 그의 어머님이 궁금했고 그런 어머님처럼 아이들을 대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게 돼버렸다. 나는 '선택과 책임'을 떠들면서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해 하다가 아이들의 선택을 결정하고 있던 건 아닐까, 새삼 부끄럽다. 그의 이야기는 벌써 큰 의미를 주고 있다.
"진정 오너십을 가지려면 오너의 고민을 대신 하"라는 말이 새삼 뼈 때리는 이유는 내가 단 한번도 그렇게 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매번 성실하게 열심히 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저자의 말에서 깨닫는다.
그가 해온 일들을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다는 감탄을 한다. 특히 오너십에 이은 크든 작든 "프로젝트는 사공이 하나여야 목표한 세계관을 실현할 수 있다"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동안 작은 조직에 몸담으면서 어떤 일이든 사공이 들러붙어서 담당자가 뜻을 펼칠 수 없는 시스템에 신물이 나서 대부분의 의욕을 잃었던 기억이 새록거렸다.
그는 이런 '감각'에 대한 정의를 "내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추가적으로 그런 감각의 원천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라고 피력한다.
그동안 나는 감각은 '타고나는 것'에 방점을 찍었는데 결국 '마음가짐'이 없던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가 제시한 10억짜리 일도 스케치 먼저 했을 게 뻔하다. 그리고 결정에 있어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감각이고 브랜딩이"라고 하는데 공감하고 말았다.
솔직히는 중간중간 그의 인터뷰는 좀 전문적이어서 얼마간은 이해를 덜어 내게 만든다. 예컨대 향후에는 루이비통 들고 뻐기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명품 디자인의 개념이 마이너스러운 그러니까 '인간적인 브랜드'인 B급 감성으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는 내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정도이려나.
하지만 "세상은 다 각자의 이득을 취하는 퍼즐이 맞춰져 있다."라는 말처럼 직관적인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게 된다. 건물주라면 장사 좀 된다 싶으면 그 브랜드의 가치보다는 임대료가 먼저 아니겠는가. 젠트리피케이션! 인간의 욕망이란. 그럼에도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역시 그들에게 주목해서 매거진 <B>를 만든다니 매력적이다.
어떤 일에서든 그 일을 왜?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본질이면서 감각이 될 수 있음을 반복적이면서 확실하게 새긴다. 한데 그렇게 일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저 부럽다. 물론 한편으론 피로감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되돌리면 한 번쯤 그렇게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분명 있다. 이 책에는.
"감각적인 사람은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을 다시금 떠올리는 사람입니다." 155쪽, 상식의 기획
마지막으로 일의 감각은 상식(본질)이라는 그의 조언을 되새겨 보면서, 내가 그런 본질이나 절대적 균형미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서 대화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책방의 본질은 뭐고 사람들은 책방은 왜 찾을까? 나는 이게 왜 이토록 하고 싶을까?
만약, 3개월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퇴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혹시 좀 더 오너십을 갖추고 승승장구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현재 '일'을 어떤 식으로든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강추한다. 일의 감각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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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