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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얼마나 적은데요?

사회복지의 가격

by 암시랑


무릎까지 가리는 책상 뒤에 앉은 남자 앞에 놓인 네임텍에는 반듯한 명조체로 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짙은 회색의 발가락 양말이 정신 사납게 리듬을 탔다. 한참을 꼼지락 거리던 발가락이 멈추자 이력서를 훑던 눈을 그대로 들어 희한한 광경을 목격한 듯 민율을 훑었다. 남자는 무해한 웃음으로 무례하게 말했다.


"민율 씨는 나이도 많고 경력도 화려한데 어쩌다 장애인복지관에 올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연봉도 높구먼,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아요?"


동그랗고 퉁퉁한 얼굴 얍실한 흰 수염이 턱에 달렸다면 KFC 할아버지, 동그란 뿔테 안경을 썼다면 슬램덩크의 안 감독쯤으로 보일 것 같았다. 어쨌든 민율은 남자가 말한 '어쩌다'란 말이 귀를 후비다 손을 잘못 놀려 화들짝 놀랐을 때처럼 방심한 사이 깊숙이 꽂혔다. 그 말은 좋아하는 꿀약과를 손으로 집어 먹고 손끝에 남은 끈적함처럼 순식간에 머릿속에 찐득하게 들러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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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걸 좋아하고 타인의 암시랑을 알아채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에세이 <행복추구권>,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하게 되는>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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