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례와 친절, 그 사이 어딘가
“민율 쌤, 명함 나왔어요.”
마치 동네를 돌아다니며 예비군훈련 통지서를 돌리는 통장처럼 무표정하게 운영팀 직원이 명함을 건넸다. 조금 설렌 것치고는 민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두꺼운 볼드체로 작심한 듯 또박또박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라고 찍혀 있었다. 순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마음을 이해해 버렸다. 다른 직원들과는 다른 결계가 쳐진 것처럼 거리감이 확 벌어졌다. 뚜껑도 열지 않은 채 그대로 서랍에 처박았다.
민율은 연기처럼 사라진 전임자가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업 분위기는 매일 매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었고 시도 때도 없이 멀미가 났다. 입사하고 셋째 날, 그렇게 정신줄 놓고 않고 자리로 돌아오니 놀랍게도 팀장이 한 명 더 늘어 있었다. 팀장이 무슨 편의점 진열 상품도 아니고. 게다가 원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마음대로 더 주고 지랄인지 납득이 안 됐다.
뜬금없이 나타난 정체불명의 여자는 눈을 내리깔고 먹이를 노리는 산기슭의 하이에나처럼 자리에 앉아 있는 팀장을 노려보고 서 있었고, 그런 포식자의 눈을 피해 얼음처럼 굳어버린 팀장은 신호 끊긴 GPS처럼 동공을 사정없이 떨며 도와달라는 듯 민율을 봤다.
민율이 응답이라도 하듯 “누구신지?”하며 여자에게 성시경이라도 된 듯 최대한 발라드로 물었다.
“내가 직업서비스팀 팀장이예요.”
여자는 짧고 단호하게 그러면서도 서열을 확실하게 그었다. 특히 자신이 유일한 팀장이라는 1인칭 소유격을 내세워 ‘내가’에 방점을 찍었다. 여자의 말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자 민율은 팀장과 여자를 번갈아 봤고 여자는 그런 민율을 위아래로 훑었다. 묘한 분위기가 전선을 형성할 즈음 나타난 근영이 “어머! 팀장님!”이라고 헤비메탈로 소릴 질렀다. 여자는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눈은 민율에게 고정한 채 근영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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