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인문] 정서적 연봉

| 머물고 싶은 회사의 비밀

by 암시랑


악뮤의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어떻게 회사까지 사랑하겠어, 월급을 사랑하는 거지"라는 말이 대다수 직장인의 공감을 받은 적이 있다. 기가 막힌 통찰이 아닐까. 이 책 제목이 딱 그때의 공감을 끌어내길래 거두절미하고 책을 받았다.


저자 신재용은 서울대학교 회계학 교수로 '기업의 성과 평가와 보상 및 지배 구조에 관한 연구'를 한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다수의 비영리 기관에서 강연 및 자문을 하고 TV 방송과 유튜브 채널 출연했다. 그중 유튜브 영상 <샤로잡다>는 25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그리고 <공정한 보상>을 썼다.



KakaoTalk_20250926_185612976_01.jpg


연봉만으로 인재를 지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우린(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조직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래도 월급은 필요하지,라고 하면 너무 기생충 같은 느낌인가? 그래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전설이 된지도 오래고, 하고 싶은 것이 일이 되는 순간 고된 노동으로 탈바꿈 되는 게 현실이니 이젠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눈이 똑 떠질 만큼 즐겁게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건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터라서 개인의 역량이 정서와 맞물리면 어떻게 측정 가능한 수치화가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연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종종 돈보다는 복지가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이 더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는데, 이 책은 조직이 금전 보상에서 어떻게 정서적 보상을 통해 조직 구성원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 회사, 월급 잘 나와?"의 시대에서 "그 회사, 일할 만해?"로 변하고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소름 돋는 기대감을 준다. 솔직히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소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그런 시대를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부디 모셔오는 시대가 빨리 오길.


KakaoTalk_20250926_185612976.jpg 27쪽


연봉과 성과급만으로는 직원의 만족과 몰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저자는 시대 변화와 세대 변화가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한데 문득, 모셔오는 시대가 단순하게 급감하는 청년층의 숫자만으로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 그만큼 역량은 되어야 모셔오지 않을까?


공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금전적 보상의 득과 실, 보상도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가 되어야 한다거나, 병가나 불공정은 동기부여 저해 요소라고 하는 저자의 보상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일반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 기관이나 복지 기관의 조직 문화는 보상이 제한적이 거나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조직 구성원은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되고 업무와 인간관계의 문제로 떠나는 인력들이 많았다.


KakaoTalk_20250926_185612976_02.jpg 44쪽


MZ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과의 공정성만이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을 포함


한편, 공정에 대한 기성세대와 MZ 세대의 가치관의 차이에 대한 내용에는 정신이 번쩍 났다. 여태껏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야구 경기를 보지 못하는, 출발선이 다른 아이에게 박스를 몰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결국 결과에 대한 이야기라서 당황했다. 어떤 게 공정인지 헷갈렸다.


KakaoTalk_20250926_185612976_03.jpg 46쪽


소중한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에 시간을 지키지 못해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내재적 동기가 경제적 페널티로 환산되자 되려 파괴된 것입니다. 부모들은 그 정도 돈이라면 차라리 내고 죄책감을 덜 느끼는 편이 더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이렇듯 선행에 값을 매기면 선행이 오히려 감소하는 역설은 여려 관련 연구에서 나타납니다.
58쪽


복지 기관의 제한적 보상에 대해 생각이 많았는데 이스라엘 어린이집 실험을 보면서 선행에 값을 매기는 순간 더 이상 선행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뜨끔했다. 딱히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지 궁금하다.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고만 여겼던 자기계발서가 왜 이렇게 재밌는 건지, 계속 몰입하게 된다. 조직이 어떻게 유연해질 수 있는지, 좋은 인재를 지속 가능한 조직의 일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저자가 풀어내는 정서적 연봉의 개념과 맥락에 공감하게 되면서 조금 설렜다.


KakaoTalk_20250926_185612976_04.jpg 64쪽


당신은, 당신의 조직에서 정서적 연봉을 받고 있는가?


정서적 연봉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감을 잡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정서적 보상은 커피 믹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월급을 사랑하면 사람 정도는 참아내는 건 일도 아닌 세대라서 탕비실 하나 없어 커피 한 잔 타먹을 숨 쉴 공간은 고사하고 커피조차 개인이 사비를 털어야 한다면 정서적 연봉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겨울이 오기도 전에 나뭇잎이 죄다 다 떨어져 버리는 나무는 병들었거나 나뭇잎을 붙들어 줄 양분이 없어서 일 텐데, 직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회사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그전에 탈출한 나는 꽤 높은 지능일지도 모르겠다.


KakaoTalk_20250929_090553564.jpg
KakaoTalk_20250929_090553564_01.jpg
KakaoTalk_20250929_090553564_02.jpg
164쪽, 168쪽, 190쪽


이 책은 국내 최대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의 익명 직장인들의 목소리, 언론 보도 사례 등을 활용해 저자는 직장인 현실과 기대 간 간극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전통적 보상 중심 관점을 넘어, 조직과 구성원이 추구하는 조직 내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어 일할 맛을 찾고 싶은 직장인도, 일할 맛을 보여줄 노력하는 조직의 리더 모두에게 좋은 방향타가 될듯하다. 추천한다.



#정서적연봉 #신재용 #북21 #서평 #도서인플루언서 #블라인드 #경제경영 #리더십 #연봉 #이직 #조직문화 #자기계발 #워라밸 #추천도서 #암시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예술] 울고 있지만 립스틱은 빨갛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