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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소설] 상림월

: 사색하는 숲에 뜬 달

by 암시랑

있어 보이는 제목이어서 냉큼 서평단에 줄 섰다. 한데 받고 보니 조금 더 있어 보인다. 자줏빛의 양장 커버가 소장각이다. 숲에서 사색하는 사이 뜬 달인가? 달이 뜨는 숲에서의 사색인가? 아무튼 달의 앞면과 뒷면을 사색하는 이야기라 상상하니 뭔가 있어 보였다.


잠시 판타지를 기대하게 됐는데 네 개의 숲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네 남녀의 치정이 너무 빨리 드러나 버려 김이 좀 샜다. 그리고 이야기 속 '그녀'가 작가의 자전적 모습이지 않을까 궁금하다.


시작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회화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절묘하게 어울려서 색이 있었다면 꽤나 그로테스크 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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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숲과 달'을 주제로 인간의 내면과 상처, 치유의 과정을 회화에 담아왔고 이 책은 그의 회화에 내재된 이야기를 활자로 표현한 작업이라고 한다. '예술 언어의 번역자'라고나 할까.


각기 다른 두 남녀의 일상에서 엮이는 사건은 어렵지 않게 읽히는데 그 내면의 세계를 작가는 좀 더 파고들어 숲과 달로 형상화해서 표현한다.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려내는 내면의 감정은 이상하리만치 느슨해서 격렬해야 하는 순간, 예를 들면 남편의 외도 혹은 다른 남성에게 끌리는 욕망 따위의 흔들림도 너무 평온하게 흘러간다.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의 서사가 아니라, 감정의 찰나를 따라 잔잔하지만 유동적이기도 한데 숲과 달을 등장시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표현한 것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심오한 감정의 의식을 헤아리기 어렵다. 작가가 말하지 않는 너머의 의미를 알 수가 있을까 싶다.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 숲으로 상징되는 내면이 어떤 식으로든 회복을 해야 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마주하는 아주 미학적인 이야기다.


솔직히 소설이라기보다 산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읽기는 수월하지만 의미는 읽어내기 쉽지 않은 책이다. 어려운 예술 작품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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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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