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
작가의 전작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읽으며 숲속에 머무는 것처럼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 책도 망설이지 않았는데, 몇 페이지 넘기지 않고도 작가의 섬세함에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미우라 시온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2000년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로 등단 이후 2000년,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 집>으로 나오키상을, 2012년, <배를 엮다>로 서점 대상을 수상했다. 일상의 풍경을 다양한 직업인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작가의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에서 펼쳐지는 관계가 스미듯 공감하게 되는데, 전작은 광활한 숲에서 펼쳐지는 벌목공의 이야기가 생동감 넘치더니 이번에는 한적한 동네의 시장 골목 네일 아티스트 이야기라서 흥미로웠다. 우리 동네 네일아트 가게를 생각하면서.
시작하자마자 뜨끔했는데, '네일아트에 편견을 갖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며 작가가 네일숍 '달과 별'의 점장 츠키시마를 통해 당부하는 것 같은 말이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편견이 있던 터라 찔렸달까.
네일숍 달과 별에서 펼쳐지는 네일의 세계에서 네일 아트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이 마치 <심야 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처럼 음식에 대한 세세한 설명만으로도 그 맛이 상상돼서 군침이 돌 정도로 생생해지는 것처럼 괜히 손톱을 들여다보게 된다. 확실히 작가의 책은 읽는 맛이 있다.
작가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은 없다. 그저 두 인물이 끌어가는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몰입되는 매력이 있다.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틈새를 찾아내 거기에 의미와 온기를 덧입혀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손톱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정도의 생각을 했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작은 손톱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나 '타인과 연결되는 시간' 등 관계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하다.
그렇게 '달과 별'을 통해 각자의 힘겨운 일상이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지침이나 상처를 다독이게 한다. 육아에 지친 여성이 네일아트를 받는 건 단순히 손톱 손질이 아닌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라 거나,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칭얼대면 아이 엄마는 이미 주변 사람들의 눈치 보고 주눅 드는데 그럴 때 굳이 시선을 주지 않는 게 좋다는 관계의 지혜 같은 이야기가 넘쳐나서 이 책은 따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네일아트를 둘러싼 편견과 사회 인식을 꼬집는 분위기는 무슨 인권 활동가스럽기도 하고 뭔가 네일아트에 진심인 작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네일아트의 본질을 학습하는 자세가 되기도 해서 슬며시 웃음도 난다.
"그저 상처를 입었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으면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되도록 곁을 지킨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정도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 244쪽
또, 네일아트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거나 그래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보이는 '달과 별'의 점장은 그게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읽는 독자에게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도 만들지 않을까 싶다.
츠키시마와 오사와가 네일숍과 요양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느끼게 돼서 읽는 내내 훈훈했다. 그리고 서로 의지하고 채워가며 성장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주변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네일아트숍 '달과 월'을 배경으로 두 네일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손톱을 가꾸면서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기쁨을 넘어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다. 두 인물의 잔잔하게 펼쳐지는 일상이 특별한 갈등이나 반전이 없어 긴장감은 덜하지만 작은 손끝을 통해 인간관계의 변화를 만드는 힘이나 일상 속의 편견과 마주하는 태도를 전하고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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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