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멸의 연애 1
<운수 좋은 날>.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내가 다닐 땐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봤던가? 내용은 어렴풋하지만 작가 이름만은 선명해서 읽고 싶었다. 게다가 포켓북처럼 작고 양장이라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니 어딜 가도 데리고 다닐 수 있겠기에.
니케북스에서 기획한 '불멸의 연애'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근현대 문학의 한 축이었던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단편이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슬에 젖은 꽃향기는 사랑의 노래와 같이 살근살근 가슴을 여의고 따뜻한 미풍은 연애에 타는 피처럼 부드럽게 뺨을 스쳐 지나간다." 16쪽
조선의 냄새가 폴폴 나는 당시의 시대상이 느껴지는 와중에 이제 막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이 몽글몽글 해진다. 절절한 사랑은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나 애절한가 싶다. 입안 가득 솜사탕을 머금은 것 같다가 헛헛해진다.
작가가 스물한 살 때 발표했다던 <희생화>를 곰팡내가 난다고 스스로 소회한다. 당시의 도덕적 체면이나 관습의 문제가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는데 작가 역시 그런 꼰대 기질을 꼬집는 부분이 재밌다.
은근 로미오와 줄리엣을 닮은 이야기 <그립은 흘긴 눈>은 제목이 아리송했는데 읽고 나니 무릎을 쳤다. 뭘 잡는 건가 했는데 '그립'이 감정의 표현이었다니 또 재밌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사랑의 보편적 감정만 다루는 게 아니다. 풋풋하고 달뜨는 낭만적 연애담에서 멈추지 않고 사랑의 감정이 제도와 관습에 가로막혀 왜곡되고 짓눌리는지를 꼬집는다.
짧아서 여운이 많이 남긴 하지만 맛깔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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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