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의 끝에서 '나' 찾기
전에 비슷하게 이혼을 기록한 이휘 작가의 <잘 쓴 이혼 일지>를 읽으며 이혼은 '결별'이 아닌 '이별'이란 이야기에 움찔했던 적이 있어 호기심이 동했다.
이혼은 파탄이라는 공식을 갖는 세대이긴 하지만 워낙 이혼이 흔한 시대라서 무뎌졌다. 하지만 그런 파탄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잘못이나 문제로 생각하긴 쉽지 않으니 저자의 이야기를 가십처럼 들춰보게 된다.
저자는 이혼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이미 평범에서 벗어났다고 여긴다. 집콕이 좋은 내향적이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그림, 캘리그래피, 스페인어, 요리 등을 배우며 바쁜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나저나 MBTI를 잘 모르는 건 아닌가 싶다. 극 I가 저렇게 지내면 기 빨려서 일주일은 누워있어야 할 텐데.
이 책은 '이혼'을 경험하며 천착하고 정제되지 않은 저자의 솔직한 감정을 기록한다. 짧은 결혼 생활에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관계의 틈을 부정하지 않고, 날 것처럼 마주한달까.
이혼을 둘러싼 갈등, 주저함, 후회, 그리고 뜻밖의 해방감을 동반한 저자의 감정이 담담하고 때론 억울함과 미련 같은 상처와 감정 변화가 공감을 준다.
이혼을 잘 모르니 저자가 말하는 남자라서 하지 못할 말이 무얼까 생각해 본다. 왜 저자는 할 말과 하지 못할 말로 선을 긋고, 이혼이 아프고 힘겨운 일이라면서 선물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특히 자신의 인생에 고통스러운 기억만 안겨준 아내에게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 뭔가 자꾸 갸우뚱거리게 된다.
읽으면서 고구마를 허겁지겁 집어먹는 듯한 답답증이 차올랐다. 코딱지만 한 원룸에 살며 기러기 남편으로 생고생하면서 유학 뒷바라지했는데 공부가 끝나자마자 굿바이를 선언하고 새 삶으로 리부트 한 양아치 아내를 한 페이지 건너 고발(?) 하면서도 여전히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저자가 납득이 잘 안됐다.
부디 억울하더라도 양아치는 정신 나간 목동을 만날 테니 잊고 솔로의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혼을 수치스러워할 이유도 없고, 인생 종칠만큼 외로움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싶다. 고작 40대면 청춘이 아닌가.
이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을 저자의 감정을 모두 공감하는 게 쉽진 않지만 취미 부자로 살며 새로운 만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저자를 보며 감정 대미지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하지만 그럼에도 인싸가 되고 싶은 저자의 심리가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이 책은 이혼을 겪어본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부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데, 부부 사이에서 '누가 옳고 그른가'에 집중하는 것보다, 관계의 끝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혼'은 단편적 사건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시 '나'로 돌아가는 여정임을 그리고 그런 과정 뒤에 찾아오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이혼은 개인을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된다. 담담하지만 묵직하고, 솔직하지만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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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