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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May 03. 2022

할머니의 그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렇게 살아와서

어느 5월의 저녁 식사 후, 난 다시금 '할머니'라는 사람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주변 고령자와 자주 부딪히는 분은 이 글로 그 부딪힘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분에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퇴근 후, 배가 고파 할 수 있는 대로 후다닥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고 옷방에 가는데 맛있는 냄새가 내 코로 숙 들어왔다.



무슨 음식을 하시길래, 맛있는 냄새가 나?”


/ “아니, 네 고모가 가져온 닭갈비 하는 거야”

 


오늘 시장에서 사 와서 무쳤다는 오이무침, 냉장고 저 구석에(‘테레비’에서 냉장고 구석에 두면 최대한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먼저 한 음식은 최대한 구석에 놓는다. 선입선출 아닌, 선입후출인 격) 있던 쉰 열무김치, 나 먹으라고 담아둔 고추 몇 개, 고모가 가져와서 오늘 저녁 나오기 전에 요리한 닭갈비, 마지막으로 내가 오고 딱 된 갓 지은 쌀밥. 이게 오늘 우리의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식탁을 정리한 후, “나머지는 이따 해야겠다”라고 하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있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부엌으로 나오는데, 할머니도 부엌으로 오고 있었다. 아마 보던 TV 프로그램이 끝난 듯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할머니의 행동에 그만 인상이 찌푸려졌다. 할머니가 내가 내일 도시락에 싸가려고 했던 남은 오이 무침을 원래 담겨 있던 오이 무침 통에 그대로 쏟아붓는 게 아닌가? 순간, ‘그걸 또 왜 거기다 쏟냐’, 혹은 ‘왜 또 합치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방에서 내 할 일을 하던 중, 잠시 물을 마시러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식기 건조대에서 물컵을 꺼내다, 할머니라는 사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컵 옆에는 내가 며칠 전 회사에서 배달앱으로 시켜준 XX리아 콜라컵이 있었다. 일회용 종이컵. 며칠 전에도 있었는데, 할머니는 이 컵을 씻고 씻어서 계속 쓰고 있더라.


그래, 우리 할머니는 이런 사람이다. 내가 맞춰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이해해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족#1

글을 쓰며, 할머니가 (오늘도) 나 올 때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먹으라니까..


사족#2

글을 쓰고, '그 컵'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나서 옆에 요플레 통이 있다는 걸 알았다, 몇 번을 잘 닦아놓은 요플레통이.
#절약의여왕 #환경지키미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돌봄'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보다 가깝고, 가장 소중한 주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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