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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May 18. 2022

할머니에게 참 아픈 세개의 말

이 글이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분에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왜 지금 알았을까?


나는 최근, 할머니 앞에서 무심코 뱉은 그 말이,

할머니에게는 참으로 아프게 작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말은 크게 세 개로 나눌 수 있다.


A. 힘들다


B. 배고프다


C. 아프다


(할머니에게 작용하는 아픔의 세기별로 예측하여 나열함)








A.

힘들다


"하.. 힘들다"

"바빠 죽겠네"

"어휴- 너무 힘들다..."


내가 위처럼 힘들다는 것을 입 밖으로 표하면, 옆에 있던 할머니는 보통 "일이 그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해..", 또는 "큰일이네", "어쩌겠냐.."라며 답하고는 한다.

(종종, 라때를 꺼낼 때도 있다. '나 때도 그랬다', '나 때는 더 힘들었다'라며)






B.
배고프다


"아우. 배고파"

"한 끼도 못 먹었네"

"살 빠지겠네"



배고픔에 관한 본 내용은 위 이미지와 함께, 내가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https://brunch.co.kr/@jjomcha/54






C.

아프다


"목이랑 어깨가 너무 아프네"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아후, 뼈 때문에 걷질 못하겠네"

"요즘 상태가 너무 안 좋네.."


이번 '아프다'라는 내용의 말은, 위 다른 두 말 대비, 그녀의 마음에 가장 아프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배고파서 살이 빠진다는 것 또한 아픈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혹자는 힘듦과 아픔이 같은 의미 아니겠냐며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비단 내 할머니에게만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힘듦은 당신도 충분히 힘들어봤고 경험해봤다라며 '과거'로부터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지만, 아픔은 지금, '현재'이다. 현재, 매일, 당신이 아프기에 누구보다 그 아픔을 찐-하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위처럼 아프다는 말을 하면, 할머니는 다음처럼 말한다.


"어떻게 해"

"약 (좀) 잘 먹어"

"요즘 매일 뭐 하느라 늦게 자서 그러는 거 아니야?"

"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관련, 최근의 경험을 끝으로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내가 최근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이 겹쳐 살도 빠지고, 체력도 저하되어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내가 거실에서 관련 통증을 호소하니, 뒤에 있던 할머니가 "그렇게 아파서 어떻게 해.."라고 말했다.


이후, 할머니와 나는 거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TV를 보는 등 여느 날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내가 개인 작업을 하러 방으로 들어갔는데 거실에서 할머니의 혼잣말이 들렸다.




에휴.
저렇게 멀쩡한 녀석이
자꾸 아프니 어떻게 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 다행이다.


할머니 방 TV 밑 서랍의 첫 번째 칸(일명 '약통')


자신보다 나를 더 아끼는 사람,

자신의 아픔보다 내 아픔에 더 공감하는 사람,

할머니.

나는 그런 할머니에게,

이제 저 아픈 세 말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관찰'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주변 고령자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에 관해 씁니다. 제 글이 작은 도움이 됐다면, 좋아요/구독 등을 눌러보세요.

반대로 필자에게 큰 도움을 줌은 물론, 더욱 도움 되는 글이 올라올 것입니다.


https://brunch.co.kr/@jjom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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