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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Jul 13. 2022

무슨 행동을 하든, 할머니를 만족시킬 수 없는 순간

참, 쉽지 않아

초고령자인 내 할머니랑 살며, 평소처럼 기분 관리가 잘 안 될 때, 바로 당신이 아플 때이다.


방금 아침, 일어나서부터 그녀가 그 행동을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 부엌 거실 등을 전전하며 혼잣말로 불평하는 것.


알고 보면 저 행동은 어젯밤부터 지속됐는데, 어제는 새벽에 잠도 안 오고 아프다며 욕실 바닥 청소에 설거지 등을 했다, 불평과 함께.


시 오늘 아침, 도시락 가방을 친구네 두고 와서 거실에 있는 장바구니에 도시락을 넣으려다, 다소 큰 것 같은 느낌에 할머니 방의 작은 장바구니를 움켜잡으며 "할머니 이거 내가 가져가도 되지?"라며 물었다. 할머니는 "그거 내가 노인정 갖고 다니는 건데, 그럼 안에꺼 빼놔"라고 답했다.


도시락 가방을 챙겨 부엌으로 가 도시락을 넣으려는데 할머니가 그 행동을 또 시작했다. "정신머리도 없지. 그걸 어디 가서 잃어버리고 와?!" 나는 할머니의 (짜증 섞인) 말에 잃어버린 게 아니라, 친구네에 두고 온 것이라고 다시 한번 점찍어 말했다. 할머니는 내 대답에도 혼잣말로 괜한 불평을 쏟아냈다.



그래, 근데...

그때,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봤던 故이어령 씨의 영상이 생각났다. 두 개의 영상이었는데, 하나는 내가 3-4년 전에 북마크 해둔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떠나기 전 가장 최근 인터뷰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며,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 그 느낀 점을 오늘의 지금 아침의 할머니를 보며 다시금 느꼈고, 일련의 측은지심이 생겨, 당신의 짜증을 미소 지으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할머니가 불평을 쏟아낸지 얼마나 됐을까, 결국 나도 터져버렸다. 할머니에게 약간의 짜증으로 응수했다. 별 것 아닌 것인데 왜 그러냐고, 왜 이렇게 신경질이냐고, 그렇게 몸이 아프고 예민하면 그때 주변에 말이라도 더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내 말에 할머니는 아파서 그렇다, 네가 이런 나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푹- 한숨을 쉬며,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는데 거실에 앉아있던 할머니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이 들렸다.


"에휴 빨리 죽어버려야지.."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관찰'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보다 가깝고, 가장 소중한 주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에 관해 씁니다. 제 글이 도움 됐다면, 좋아요/구독 등을 눌러보세요.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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