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뛰어넘는 가우디의 마지막 미완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만났다. 가우디 투어의 마지막 순서로 외관뿐 아니라 성당 내부를 관람하는 것으로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성당을 실제로 보게 된 소감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뒤섞여 기대를 초월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아직도 건설 중이어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공개하지 않는 장소도 있었지만 셀 수 없는 방문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찾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성당의 내부의 장엄한 광경이다.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처럼 쏟아져 내리는 황홀한 빛의 향연은 사람들을 숨 막히게 만든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극적인 풍경은 신앙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전율하게 하게 했다. 거기엔 그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가우디가 빚어 놓은 마법에 경외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다보면 시원하게 뻗은 대리석 기둥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최고 높이의 성당답게 아득한 천정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은 나무의 형상으로 쭉 뻗어서 가지를 펼치고 서서 하늘을 받치고 있다. 이런 나무들이 줄지어 기둥의 숲을 이루는 사이로 천정은 꽃처럼 활짝 펼쳐진 문양들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사방에서 빛이 비치는 실내 공간을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의 존재 때문이다.
벽면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동쪽은 푸른색으로 희망과 탄생을 상징하고 서쪽은 붉은색으로 죽음과 순교를 의미한다고 한다. 마침 방문한 날은 화창했고 오후에 태양 빛이 가득한 시간이어서 스테인드 글라스가 빚는 눈부신 광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형언할 수 없는 부드러운 빛의 물결이 이어지는 회랑이 주는 감격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둠은 존재하지 않고 따스함을 품은 고운 빛들만 가득하다. 그 빛이 주는 위로와 평안이 마음에 찾아든다. 많은 이들이 의자에 앉아 감동을 마음에 새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진에 담다가 나도 자리에 앉아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이래 아직도 건설 중인 성당으로 완공이 되면 가장 높은 첨탑의 높이가 172.5 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된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더 늦어질 전망이 크다. 이는 기부금과 헌금으로만 건축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우리가 관람료를 내고 보는 것 자체가 성당 건축의 일부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카탈루냐 모더니즘으로 지어진 가우디 최고의 대표작으로 지하 예배당과 성당 내부 뒷부분은 네오고딕 양식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여 만들었다. 성당의 내부는 나무처럼 기울어지고 나선형의 기둥으로 숲을 형상화하여 간단하면서 튼튼한 구조를 가진다. 이는 이전 건축에서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형미와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구조적으로 완벽한 최고의 건축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우디의 일생은 아주 불행한 삶의 연속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게 태어났고 평생 무릎 관절염과 폐질환을 고질병으로 앓았다. 건축가로서 회의가 들 때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 주었으며 수재였던 형 프란세스가 요절하고 이어서 엄마와 누나도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가장이 된 가우디는 누나의 조카를 친 딸처럼 돌보며 키웠지만 그녀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슬픔을 겪는다.
그에게도 여인을 사랑했던 순간이 있었다. 일하던 현장에서 만난 페피타라는 여성을 사모하여 5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식사를 하며 교제를 이어가다 마침내 가우디가 청혼을 했을 때, 그녀의 손에는 이미 다른 남자와 청혼한 약혼반지가 끼워 있었다. 이런 실연의 아픔을 겪은 후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낸다.
이러한 일련의 불행한 일들로 그는 일에만 더욱 매달리게 된다. 특히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하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으며, 출퇴근 시간도 아까워 성당 내로 거처를 옮기며 성당을 건축하는 데 심혈을 쏟았다.
인간적으로 보면 가우디의 일생은 참으로 불운했지만 이런 인간적인 고통들이 다른 데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고 온전히 일에 몰입을 하게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대작을 건축하게 되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이 일에 매달리다 그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그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늘 다니던 산책 길에 나서다 전철에 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너무나 남루한 그의 외양으로 사람들은 그를 노숙자로 여겨 방치하게 되고 결국 경찰이 나서 병원으로 옮기지만 병원에서도 행려병자로 오인해 복도에서 대기하는 신세가 된다. 뒤늦게 동료들이 찾아와 그가 가우디임을 밝히고 부랴부랴 치료에 나서지만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그는 결국 절명하게 된다.
그는 생전에 자신이 성당을 완성할 수 없음을 알았다. 원래 도면 없이 건축했던 그가 성당을 위해서는 수많은 도면과 석고 모형을 세심하게 남겨 후대에도 차질 없이 건축하도록 했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더욱 잊히지 않게 했고 그를 기억하게 했다. 일반인들은 성당에 묻힐 수 없는 관례를 깨고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성당 지하에 안장을 하게 되었으며 영원히 성당과 함께 영면하게 되었다.
그가 남긴 도면과 모형들 그리고 집무실
멀리서 보는 성당의 모습은 옥수수를 닮은 첨탑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조망하여 보는 성당의 위용이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타워 크레인이 눈에 조금 거슬리지만 완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현장임을 이해하고 기념사진을 담느라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마침내 성당 가까이 다가갔다. 수많은 조각들로 뒤덮인 파사드가 눈에 들어온다. 성당의 전면을 장식하는 외벽인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로 총 세 개가 있다. 그중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완성한 유일한 파사드로 예수의 탄생과 유년기를 묘사한 조각들로 장식이 되어 있다. 조각 하나하나가 생생한 몸짓을 담았다. 실제로 가우디는 조각의 이미지에 맞는 실제 인물을 찾아내 모델로 활용하였으며 석고로 모형을 떠서 조각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볼거리가 많다 보니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플 정도다.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설계한 것을 수비라치라는 조각가가 완성을 했는 데 파격적인 조각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인체를 단순화하고 직선을 활용한 음각으로 추상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 특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에 십자가는 건설에 사용되는 철근인 H빔이 쓰였고 예수님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형상화해 성의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사람들의 비난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구상을 뛰어넘는 추상에 가까운 단순함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어 되려 예수님의 고난을 더욱 처절하게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마방진과 숫자들이 많이 보이는 데 모두 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수난의 파시드
마지막 파사드인 영광의 파사드는 거의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미공개로 아직은 볼 수 없다. 그곳이 주출입 통로가 되고 설계안으로는 너른 광장이 조성이 되어야 하는데 도로 건너편에 이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 같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휴식 시간이 주어졌는데 보지 못한 방향을 마저 보려고 홀로 성당 주위를 돌았다. 면면이 독특한 구성으로 보면 볼수록 놀랍다. 연신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외관을 구경했다. 첨탑 꼭대기에는 과일들이 올려져 있는데 빈민들이 성당에 헌물 한 과일이나 야채들을 계절별로 구분하여 담아냈다고 전해진다.
성당 내부에서 받은 감동의 긴 여운이 남았는데 지하 박물관을 찾았다. 가우디가 생전에 거처하던 사무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성당의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성당에 얼마나 진심이었나를 눈으로 보게 되는 현장이다.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도 전시되었는데 단순함 가운데 모던한 독특한 디자인은 가우디 작품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가우디가 제작한 가구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장소 중의 하나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임은 너무도 타당한 말이다. 미완의 작품으로 완성된 성당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눈으로 본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바르셀로나가 아름다운 것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우디의 작품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품고 있기에 비할 데 없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완공이 될 터인데 그때도 다시 바르셀로나를 꼭 찾고 싶다. 정말로 바르셀로나는 아름다운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