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엘과 가우디는 40년 우정을 나누었는데, 그와의 인연은 1878년 만국 박람회에서 맺어진다. 구엘은 바르셀로나의 최고 갑부이자 인플루언서로 그가 산 물건은 불티나게 팔리는 등, 큰 영향력을 지닌 명사였고 진정한 신사였다. 그가 박람회에 와서 전시된 상품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우디가 만든 진열장에 반하게 되고 가우디의 천재성 알아본다. 그 후 가우디를 찾아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그는 지금의 가우디를 존재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애초에 구엘 공원은 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었다. 구엘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전망 좋은 곳에 고급주택 60채의 주택단지를 짓고자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망한 이유는 위치가 너무 도심과 유리되었고 경사가 심한 가파른 언덕으로 그 당시 운송수단인 말이나 증기기관차가 오를 수 없어 접근성이 최악이었다. 더구나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어서 자연경관도 형편없었고 물도 없는 곳이라는 인식에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
공원 전경
결국 딱 한 채만 팔렸고 나머지는 구엘이 사망하며 사업이 중단되고 시의 소유로 귀속되어 공원으로 시민에게 개방이 된다. 그 당시의 불운이 지금은 대중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 공원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놀라운 축복이 된 것이다.
딱 한 채 팔린 집
놀랍게도 가우디는 물 문제를 해결하여 민둥산이었던 황무지가 지금은 더없이 푸른 무성한 숲이 되었다. 그는 건축만을 하는 사람이 아닌 모든 난제를 풀어내는 해결사였다.
구엘공원은 그가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는 명제대로 곡선을 이용하여 조성했다. 재료도 가공하지 않는 돌과 흙을 그대로 활용하였다. 산의 원형을 따라 도로를 만들었고 등선 따라 건설하므로 최대한 자연을 닮게 만들었다. 그는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공원 입구를 따라 걷다 보면 광장이 나온다. 그는 공원 광장을 원형으로 조성하고 난간 둘레를 앉을 수 있게 했다.좌석도 곡선미를 살려 물결치듯 유려하게 구성했고 채색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을 했다. 예인의 조각작품과 같은 멋진 좌석은 인체 곡선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앉아보니 허리가 무척 편했다.
공원 둘레를 도는 평평한 길을 새로 만들면서 다리를 받치는 구조물을 가공되지 않은 거친 돌을 있는 그대로 축석 했다.그것은 아치형 통로로 기울어진 열주 기둥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위에 자라는 나무가 기둥 속에 뿌리를 내려 단단하게 보강을 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다리도 특별하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의 미적인 안목이 정말 대단하다.
그는 미적인 감각을 가진 예술가일 뿐 아니라 다방면에 놀라운 지식을 가진 천재였다. 빗물로 저절로 청소가 되도록 설계했고 그 물을 활용하여 식물을 길렀다. 그리고 건물전체를 물을 걸러낼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 하나의 거대한 정수기가 되게 했다.
공원 구조물에도 타일을 많이 썼는 데 곡선에는 그대로 쓸 수가 없어 타일을 깨서 쓰게 되는 데, 이 기법은 이후 다른 건축을 하는 데에도 널리 활용이 된다.
이러한 작업도 타일을 깨서 한 번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50번 가까이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하는 정성을 담았다. 그런 심혈을 기울인 결과가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감동을 주는 건축물로 남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기존 사용하던 물건을 재활용하여 건축재료로 이용하였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친환경가다.
원형광장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도 참으로 볼만하다. 86개의 기둥이 줄지어 도열해 있는데 그리스 신전 같은 분위기다. 천정에는 계절별로 다른 색깔의 타일과 그릇들을 재활용하여 구성한 해가 장식되어 있는 데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천정을 올록볼록하게 만들어 소음을 흡수하도록 하는 기술도 담겨있다.
기둥에도 놀라운 비법이 담겨있다. 기둥의 구분선은 원근법과 관계없이 일직선이다. 기둥마다 높낮이를 다르게 한 결과이고 그 높이도 사람들의 평균 눈높이에 맞추었다. 더 놀라운 점은멀리 보이는 지중해의 수평선과 일치하도록 했다. 알면 알수록 그의 심오한 건축술에 경탄을 하게 된다.
광장을 내려가는 계단에는 걸러진 물로 3 단 분수를 꾸며 놓았다. 특히 도마뱀을 닮은 두 번째 용의 분수는 가우디 건축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동화적 요소가 담긴 조형물로 타일도 알록달록한 구성으로 누구나 좋아할 디자인이다.
분수 아래에는 경비원의 건물과 경비원 주택이 각각 지어져 있는데 마치 그림동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환상적이다. 가우디는 어른이 되어서도 동심을 잃지 않았다. 그곳이 버섯 재배지였기에 지붕에 버섯 장식을 남겼다.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곳에서 가우디는 부친과 19년을 살았다.
구엘 공원은 전체가 종합 예술품이다. 그가 마음대로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구엘과 같은 훌륭한 후원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우디를 기억할 때 그에게도마땅한 감사를돌려야 한다.
단지 공원 한 곳인데도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고 독특함과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앞으로 돌아볼 곳은 또 어떨지 가늠이 되질 않지만 기대가 가득한 것은 숨길 수 없다. 그런 천재를 낳은 스페인이 참으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