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페인 여행을 알차고 의미 있게 잘 다녀왔다. 돌아본 주요한 여행지는 기록과 사진으로 충실하게 남겼다. 하지만 스치듯 단편적으로 마주친 풍경들은 여행기에 담지 못했다. 그래서 여행을 정리하면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진에 대한 글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으며 이국적인 풍경에 자연스럽게 매료되었다. 그러면서 간간이 만나는 동물 조각 작품이 눈에 들어와 몇 컷을 찍었다. 유럽인들은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유난하다. 개를 데리고 식당 어디나 자연스럽게 출입을 했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심심찮게 함께 타는 것을 보았다.
런던에서웅크리고 있는 개 조각을 만났다.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든 개의 모습이 천연덕스럽다. 조각에서도 개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사람처럼 앉아 사색하는 소 조각을 만났다.진지하게 사색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런던에서 만난 개 조각
바르셀로나의 소
유럽 도심에도 당연하게 지하철이 있다. 런던은 1863년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된 곳이다. 영어로는 Underground라고 부른다. 우리 지하철에 비해 기차도 그다지 길지 않고 실내도 넓지 않다. 파리보다는 깨끗해 보였고 지하철 로고가 붉은 원 안에 검은 글씨가 새겨진 디자인으로 단순하면서 눈에 금방 들어왔다. 우리처럼 혼잡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런던 지하철
런던 도심
런던은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로 길이 좁다. 그래서 도심이 마치 골목길이 연결된 것 같다. 그럼에도 교통체증이 생각보다 심해 보이지 않는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도시답게 관련 건물이 보였다. 한 작가의 작품으로 도시와 나라가 빛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글의 힘을 느낀다.
유럽은 농산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영국의 비싼 물가에 놀랐지만 맛있는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저녁을 주로 과일로 대신했다.
스페인 말라가는 유럽인들에게 여름 휴양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도시다. 스페인 남단에 위치해 남국의 느낌이 가득하다.
해변에는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저녁 석양은 기억에 각인될 만큼 멋이 있었다. 말라가 시장에 넘치는 다채로운 과일은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말라가에는 남국에 어울리는 꽃들이 눈부셨고 야자수도 운치가 있었다. 길거리 나무들도 우람했고 무시무시한 가시와 밀가루반죽이 흘러내린 듯 한 독특한 수피를 지닌 나무들도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름도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비 오는 날 바르셀로나 도심을 걷다 훅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성당의 위용에 압도 당해 발길을 멈췄다.
화려한 고딕 양식을 뽐내고 있는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1298년에 건축을 시작해 1454년에야 완공된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성당 내부는 유료관람이었고 시간도 부족해 들어갈 수 없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진한 가톨릭 신앙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여행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순탄하지만 가끔은 우연한 일로 뜻밖의 경험이 빚어지는 것이 여행의 묘미다. 오후 시간이 남아 카탈루냐 국립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한 미술관은 1934년에 건립되었고 궁전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과거 카탈루냐의 미술품을 전시했으며 로마네스크 미술품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미술품에서 유럽과 아랍이 혼합된 독특함이 묻어난다. 유럽판 천일야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투우사를 비롯한 생생한 표정의 조각들도 인상적이다. 무료입장이어서 뜻밖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카탈루냐 국립미술관과 소장 작품들
10박 11일의 여행을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많이 걸었지만 다음 날에는 거뜬히 일어날 수 있어서 아직은 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에 감사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기대했던 영국의 정원을 탐방하는 것과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을 감상하기로 한 것 모두 넘치게 이루었다. 자유여행이었기에 마음껏 자유로이 돌아볼 수 있었던 점도 아주 좋았다.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쓴다고 여념이 없던 시간이어서 동행한 가족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특히 유벌난 아빠를 잘 받아준 딸에게 고맙다. 딸은 여행의 기획자이며 책임자로 애를 많이 썼고 나는 그저 여행을 즐기는 한량이었다.
거대한 수목들이 수없이 자라고 있는 푸른 영국의 가든과 가우디 건축이 빚어내는 감동은 결코 잊지 못할 경이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