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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Sep 04. 2023

바르셀로나 카탈라나 음악당의 플라멩코 열정에 빠지다

영국, 스페인 여행기 20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라나 음악당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음악당을 지은 건축가는 가우디가 활약했던 시대에 가장 유명했던 건축가 중 한 명인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 작품으로 그는 꽃의 건축가로 불린다. 그는 가우디가 건축한 카사 바트요와 자신이 건축한 카사 레오모레라로 그해의 건축상 경쟁에서 가우디를 제치고 1등을 수상한 이름 있는 건축가였다.


그토록 명성이 자자한 음악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에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시간이 여유가 있는 날 오후에 마침 플라멩코 공연이 있었다. 플라멩코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남미의 탱고와 비슷한 춤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다. 게다가 정열 하면 스페인을 떠올리지 않던가. 그래서 플라멩코도 아주 정열적인 춤일 거라는 예상을 했다. 전 여행지였던 영국에서 뮤지컬의 본 고장의 공연을 직관해 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당일 표를 구하지 못해 그러질 못했다. 스페인에서는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바로 예매를 했다.


플라멩코에 대해 알아보니 이 춤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민요와 향토 무용 그리고 기타 반주가 일체 되는 민족 예술이다. 안달루시아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심장으로 불리며 이 지방의 개성적인 민족 감정과 기백이 풍부하고 힘차게 표현된 예술이 바로 플라멩코다.


카탈라나 음악당은 시내 중심가의 골목에 위치해 있다. 바르셀로나 도심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저마다의 고전미와 개성미 넘치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서 카탈라나 음악당은 정말로 튀는 외관을 가졌다. 누구나 길을 가다 음악당을 만나게 되면 다시 한번 돌아다볼 수밖에 없는 두드러진 외형의 건물이다.


골목에 위치한 관계로 음악당의 전체 외관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유감이었다.


카탈라나 음악당은 건축한 그가 왜 꽃의 건축가로 불리는지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 화려한 외형을 자랑한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식이 많이 달린 공주님 스타일의 드레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기둥들은 하나 같이 알록달록한 채색 문양이 그려져 있는 데 기둥마다 다르고 복잡한 장식도 한 가지가 아니라 다채롭게 되어 있다. 기둥도 단순한 기둥이 아니다. 기둥에 다른 작은 기둥을 붙여 장식의 요소를 더했다. 보이는 천정에도 풀과 꽃으로 빈 공간 하나 없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아치에도 단순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는 공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층마다 장식과 색상이 다 다르다. 모퉁이의 조각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심하게 조각이 되어있고 조각에서도 화려함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신나게 원 없이 꾸며 놓은 장식의 끝판왕이다.


문양과 장식이 너무나 많으면 격이 떨어져 보이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데 이 건물은 이미 그 단계를 초월했다. 건축가의 장식에 대한 놀라운 의지가 느껴진다. 세계에서 존재하는 건물 중에 가장 화려한 장식의 건물임이 분명하다.

음악당 전경

내부도 만만치 않다. 복고풍의 동양미가 가미된 입구에는 천장에도 줄줄이 장미가 새겨져 있다. 계단도 간단치 않다. 장식적인 요소들이 넘쳐난다. 꽃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음악당 내부는 더 강렬하다. 음악당 전체가 활짝 피어난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킨다.  문양이 아로새겨진 붉은색의 좌석이 포진되어 있는 정면의 무대는 선홍빛 붉은빛이고 가장자리에는 아치가 줄지어 서 있고 음악당 실내를 밝히는 샹들리에는 꽃이 핀 듯 반짝인다. 실내 천장도 꽃밭이다. 꽃분홍과 붉은 장미꽃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사이사이로 푸른 타일과 금색 장식이 줄지어 눈을 현란하게 한다. 좌석사이의 계단에도 붉은 등이 줄지어 있고 벽면마다 복잡하고 다양한 문양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자리를 잡았다. 층간에는 천마 조각도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날고 있다. 더 이상은 장식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분위기가 사람들을 압도한다.

음악당 내부

공연은 별개로 건물 자체를  보고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마침내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악기 연주자들과 남녀 가수들이 자리를 잡고 가수들이 애절한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곡조가 유럽이 아닌 아랍풍의 분위기가 전해온다. 노래에서도 동서양이 혼합된 독특한 문화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어서 무희들이 등장했다. 특이하게 남녀가 추는 춤이 아닌 여성들로만 구성된 무대였다. 탭댄스가 힘 있는 박자를 끌어내고 그에 걸맞은 박력이 넘치는 춤동작이 어우러진 격정적인 춤이었다. 가슴을 후비며 파고드는 노랫소리에 바닥을 신나게  두드리는 소리와 몸짓이 잘 어우러졌다. 그들의 정열의 춤사위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함께  역동적인 박자에 저절로 몸이 반응을 한다.


이어진 독무에서는 복장이 길게 늘어진 흰 드레스였는데 자신의 몸 보다 두 배는 길어 보이는 주름 잡힌 레이스가 달린 옷으로 걷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도 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한 번도 옷을 밟지 않고 놀라운 순발력과 뒷발 치기 기술로 늘어진 옷자락이 공작꼬리처럼 활짝 펼쳐지는 진기한 상황을 연출하며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공연이 이어졌다.

중간에 기타 연주자의 독주가 있었는데 현을 뜯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현란한 연주를 선보였다. 가수들도 각기 노래를 불렀는데 남성 가수가 훨씬 시원하게 노래를 뽑았다. 가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감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3명이 등장한 무대는 붉은색 드레스로 강렬한 인상만큼이나 절도 있는 일치된 춤사위로 공연을 선보였다. 기타와 바이올린과 드럼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구두로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가장 큰 울림이었다. 노랫소리에는 한이 담겨있지만 춤에는 흥이 있어 우리의 정서와도 이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공연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그만큼 몰입감을 주는 연주였다. 한시도 눈을 뗄 수도 없는 매혹적인 공연이었다. 공연 중에 사진을 찍지 못해서 마지막 앙코르 공연 사진만 몇 장을 찍었다.


꽃보다 더 화려한 아름다운 음악당에서 정열이 넘치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진수를 경험했다. 음악당을 본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는데 멋진 공연까지 즐기게 되어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여러모로 바르셀로나는 멋진 도시로 각인되어 정이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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