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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26. 2024

(독서일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고흐의 편지를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을 만나다

살아서는 광기로 스스로 생애를 젊은 날에 마감한 불운의 화가, 죽어서는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사람이 고흐다.  생전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던 작품들이 사후에는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다. 아마도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화가인 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살아생전에 평생  돈에 쪼들려 마음껏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왜 살아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동생 테오다. 그는 형이 아무 근심 없이 지내기를 원했다. 어찌 보면 화가 고흐가 있게 한 가장 큰 공신일 것이다. 테오는 속 깊고 배려심 많고 사랑이 넘치는 동생이었다. 평생 그의 후원자였고 화가 고흐를 알아보고 이해하고 지지했던 단 한 사람이자 그의  영혼의 동반자였다.


고흐는 실제로 편지 속에서 그의 작품이 동생과 함께 한  결과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형의 그림들 속에서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강렬한 색채의 힘을 느꼈고 장래에 큰 평가를 받게 될 것을 굳게 믿었다. 고흐는 테오에게 평생 동안 감사와 더불어 미안하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죽는 순간까지 테오가 곁을 지켰다. 고흐는 테오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고 놀랍게도 테오도 6개월 후 세상을 떠나 나란히 공동묘지에 안치되었다.


그는 자연에 몰두했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쏟아부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그는 믿었고 화가란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내면에서는 거대하고 강력한 색채의 힘이 꿈틀거렸다. 소박한 것들 속에서 웅대한 것을 찾았고 자연에 대해 정직한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그리다 지칠 때에도 멈춤이 없이 소재를 바꿈으로 쉼 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인내로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노력의 가치를 믿었다. 그는 세상에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어 했다. 그는 가난한 화가로서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했다. 예술은 단지 사람의 손이 아닌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 나온다고 믿었다.


그는 작품이 세상에 남을 것을 믿었고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복제하기보다 자신을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임의적으로 썼다. 그는 다음 시대의 화가들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랐다. 광휘를 발하는 선명한 색채를 통해 영원을 표현하기를 원했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반복하고 훈련하는 시간을 통해 그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매일의 경험과 보잘것없는 작업들의 힘을 믿었다. 이들이 쌓여 원숙해지며 진실되고 완결된 그림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느리고 오랜 작업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사는 동안 그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것은 그저 몸이 쉴 수 있는 거처와 매일매일 먹을 빵, 그리고 다양한 색채의 물감이었다. 그가 항상 사로잡혔던 생각은 물질적인 어려움과 색에 대한 탐구로 색채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별이 빛나는 밤을 사랑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그를 꿈꾸게 했고, 늘 마음속 깊이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랐다.


그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삼자가 그에 대해 쓴 글이 아니고 고흐 자신이 직접 쓴 글이다. 그의 육필 편지는 그의 생생한 육성을 들려준다. 그의 예술에 대한 갈망과 열망, 장래에 대한 소망과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절망,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증까지 그의 생애 전부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자신의 삶을 그림에 바쳤다.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죽는 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는 그림에만 매진하지 않았고 독서에도 열심이었다. 당대의 이름 있는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섭렵했고 그에 따라 사고의 깊이도 남달랐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연과 농민들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했다. 그가 가장 존경했던 화가는 전원의 농부들을 그렸던 밀레다. 그는 약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컸다. 실제로 그가 결혼했던 여성은 임신하고 버림받은 창녀였다. 거리에서 만난 그녀를 동정해서 데려다 돌보면서 함께 살게 되었다. 그가 얼마나 착한 심성을 지녔는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생전에 바랐던 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실현되었다. 그의 색채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는 독보적인 강렬함과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은 매혹되었다. 그가 그토록 그리고 싶어 했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다.


나는 전부터 강렬한 색채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고흐의 작품을 좋아했다. 화가를 아는 만큼 작품도 보인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지녔던 고뇌와 예술가로서 예술에 대한 지치지 않는 구도의 열정을 만나고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더 마음이 간다. 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좀 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의 작품을 대할 때 예전과 다르게 더 깊은 애정과 감동을 받게 될 것 같다. 불운한 천재의 삶일수록 후대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독서일기 #고흐 #반_고흐_영혼의_편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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