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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02. 2024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리포수목원의 초봄

천리포수목원을 찾아 만나는 희귀한 꽃들의 향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을  찾았다. 작년 계획을 오늘에야 실행한 것이다. 반포 센트럴시티에서 우등고속이 있었음에도 정보 부족으로 남부터미널에서 완행 시외버스를 타고 아주 더딘 걸음으로 갔다.


천리포 수목원은 충남 태안에 소재한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부지 규모는 18만 평에 달한다. 창립자는 미군 칼 페리스 밀러(한국명 민병갈)로 1962년부터 사재로 천리포 부지를 매입하여 조성이 시작되었다.


 한국을 자신의 조국보다 더 사랑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천리포 수목원에 헌신했다. 전공한 식물학자도 아니었지만 그가 일구어낸 식물에 대한 사랑과 업적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그는 영국왕립원예학회에서 선정하는 비치(Vietch) 메달을 수상했다. 이 메달은 식물계의 노벨상으로 통한다.


그를 기리는 흉상 곁에는 그의 업적 중 하나인 완도호랑가시나무가 자라고 민병갈 나무로 명명된 태산목 리틀젬이 서 있다. 태산목은 미국 원산 목련으로 꽃을 오래 볼 수 있도록 개량한 품종인 리틀젬은 가을까지 꽃이 핀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그가 완도에서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종으로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교잡종이다. 수목원에서 아름다운 식물을 만나는 즐거움도 컸지만 한 사람의 숭고하고 위대한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던 점도 큰 감동이었다.

창립자 민병갈 박사(칼 페리스 밀러)
태산목 리틀젬/ 완도호랑가시나무

천리포수목원은 밀러가든과 생태교육관,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로 7개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련류 800종, 동백나무 1,000종, 호랑가시나무 500종, 무궁화 300종, 단풍나무 200종을 비롯한 총 16,800종을 보유하고 있다.    

 

낭새섬

점심을 먹고 찾아간 수목원에는 겨울 자취가 여전히 남아 황량한 분위기다. 그런데도 방문객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꽃을 볼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방문일자를 내가 고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리 홈피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꽃을 확인했고 목련축제 기간이었기에 우려를 떨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흰진달래

수목원 입구는 다소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이어지지만 여린 꽃들이 심심치 않게 얼굴을 내미는 중이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꽃은 흰 진달래였다. 분홍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흰색도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 주변에처음 보는 나팔수선화와 이름도 어려운 치오노독사 블루자이언트와 앵초가 우리를 반긴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난쟁이 수선화도 무리 지어 피었다. 테테 아테테란 이름을 가진 수선화로 어디서나 적응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꽃이란다. 치오노독사 블루자이언트는 눈의 영광이라는 영어명처럼 별처럼 빛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작은 꽃에 꿀이 풍부하다.

나팔수선화/사순절 장미(헬라보루스)
수선화 테테 아테테/엘라티오르 앵초
치오노독사 블루자이언트

튀르키예가 원산인 헬레보루스도 한창이다. 이 꽃은 사순절에 꽃이 핀다고 하여 사순절장미로 불린다. 상록성으로 겨울에도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다년생이다. 다양한 수선화를 곳곳에서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파텐스할미꽃/설구화

가장 눈길을 끄는 꽃은 단연 목련이다. 이른 계절이어서 다양한 꽃을 볼 수 없었어도 그리 아쉽지 않은 이유는 목련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목련을 보유한 수목원이기 때문이다. 처음 보자마자 감탄을 부르는 목련은 스위트하트다. 그렇게 고운 분홍의 고혹적인 꽃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꽃송이도 크고  탐스러워 눈을 뗄 수가 없다. 우아하면서 매혹적인 매력을 둘 다 가졌다. 마치 선녀의 날개옷 같은 부드러운 느낌도 든다. 가장 아름다운 분홍색을 만났다.

목련 스위트하트

별목련은 꽃잎이 일반 목련이 9장인 데 반해 12-18 매다. 그만큼 화려한 외양을 가졌다. 그중 큰별목련 라즈베리 펀은 민원장이 선발한 종류로 그의 어머니를 위해 헌정한 나무다. 호숫가에 자라는 큰별목련 빅버사도 연륜이 쌓인 당당한 자태에 넓게 드리운 가지마다 꽃망울을 터뜨려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꽃이 드문 시즌에 만발한 큰별목련 얼리 버드는 단연코 압권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웅장한 크기를 자랑하면서 전체 수관을 뒤덮은 꽃들은 감탄이 절로다. 빛나는 흰꽃들의 향연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목련 라즈베리 펀
큰별 목련 얼리버드
큰별 목련 빅버사
큰별 목런

이 시기에 피는 특별한 꽃들도 있다. 삼지닥나무와 마취목이 그들이다. 외양도 독특하다. 삼지닥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잎이 나기 전에 노란색 꽃이 둥글게 모여 핀다. 마치 호야꽃처럼 꽃잎이 육질이다. 꽃이 아주 귀엽고 향기롭다. 여기저기 삼지닥 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마취목은 말이 잎을 먹으면 식물의 독으로 인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달래과 상록수로 작은 방울들이 줄지어 달려 나무를 온통 뒤덮여 핀다. 앙증맞은 꽃들은 흰색과 붉은색이 있고 향기도 역시 좋다.

삼지닥나무
마취목


동백나무가 많이 보이지만 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걸었더니 색다른 동백꽃이 보인다. 다채로운 동백꽃이 반갑다. 한 품종에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꽃나무를 심어서 관리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동백꽃

이 수목원에는 20세기 최고 식물학적 발견이라는 울레미 소나무가 있다. 공룡시대에 화석으로만 존재하다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자생지 위치는 비공개로 100여 개체가 자란다. 이 희귀한 나무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수피도 털로 덮여있고 가지가 따로 없이 줄기에서 잎이 바로 나오는 독특한 외양이다.

울레미 소나무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된 수목원을 돌아보는 내내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이룩한 결실이 참으로 놀랍다. 수목원이 예전에는 식물 보전을 위해 비공개였지만 운영난으로 인해 일반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연간 19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다. 귀한 식물들이 마구 밟히는 수난을 당하고 심지어 몰래 캐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귀한 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성숙한 관람 문화가 필요하다. 휴일 없이 개관하고 있어서 방문객들은 좋겠지만 식물들에게는 아닐 같다. 안타까운 점은 관람객들이 너무 자유롭다는 점이다. 중간중간에 관리자들이 배치되어 보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헌신으로 남겨진 귀중한 자원이자 유산을 가꾸고 보전해야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수목원을 남겨주신 창립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바친다.

큰별목련과 삼지닥 나무
중국 히어리
서향/동양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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